성공적인 책육아

by 글맘

서로의 사랑에 기대어 01 _ 성공적인 책육아


"책 읽기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일단 부모님이 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 이 익숙하디 익숙한 말!

티비를 켜면 단정한 재킷을 걸치고

반짝이는 금테 안경을 낀 교수님 입에서 흘러나올 법한 말!

이미 듣고들어 앵무새처럼 따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말!

하지만 "어휴, 어쩜 사는 게 이 말대로만 되나요?"라고

반항 아닌 반항을 하게 되는 말!


이런 말들에 둘러쌓인 우리의 육아와

12살 9살 두 아들과 내가 만들어내는 육아 그 사이를 바라본다.

티비 속 교수님의 조언이나

'육아서적' 속의 수많은 가르침들처럼 고요하고 일사분란하게 이대로만 된다면,

마치 오래된 계획처럼 착착 이뤄지는 게 육아라면.

지금 쓰는 이런 글은,

넋두리에 가까울지도 모를 이런 글은 필요치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라고 불리는 나와

'아들'이라 불리는 12살과 9살의 존재들이 발디디고 있는 현실은 언제나 이런 모습이다.

우당탕탕한 스펙터클, 눈물 콧물 한숨과

그 사이 작은 틈바구니에서 겨우 피어나는 희망과 사랑이랄까.


"얘들아, 엄마는 오늘 이 책을 읽으려고."

"응, 엄마, 재미있게 읽어. 나 축구하고 올게."

"얘들아, 우리 책 읽기 대결하자.

누가누가 50쪽까지 읽나, 어때?"

"엄마, 우리 그런 대결 말고 축구 대결하자.

대결 싫으면 엄마가 골키퍼 해도 돼"


모든 이야기가 '기승전축구'로 마무리 되는 아들 둘을 키우는 내게 육아 일상은

우리끼리 속살거리며 사는 제법 온화한 하루하루처럼 보이는 날도 언제나 공과 땀이 튀어오른다.

이런 와중의 책 읽기란! 아니 '책 읽히기란' 어쩌면 엄마인 나의 한낱 꿈이나 욕심일지도.


사실 나도 안다. 12살은 그런 나이라는 걸.

엄마보다는 친구가 좋고, 책 보다다는 공이 좋고,

된장찌개 보다는 삼각김밥이나 소떡소떡이 좋은 나이라는 걸.

이 생각을 하다보면 12살이란 나이란,

앉을 곳만 있으면일단 앉고 보는,

아이스보다는 핫이 더 좋아지기 시작하는 내 나이와는 다르다는 게 실감나서

마음이 쬐금 넓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초딩'이라 불리는 이 녀석들은 되려,

계곡물 속 수박처럼 제 멋대로 동동 떠오르는 열정들을 부여잡느라 애를 쓰는 나이일지도 모른다고.


책 읽기를 권하는 엄마가 싫어서도 책이 싫거나

공부의 필요성을 몰라서도 아니고 그저 제 안에서 용솟음치는 엄청난 에너지를,

난생처음 느껴보는 성장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매일 그렇게 자라느라 애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생각들이 결국 모성이라는 사랑 앞에 루저가 되는 길이라고 해도

나는 이 패배를 선택하고야 만다.

한낮의 볕 아래 자전거 타고, 축구하고, 그네타느라

다하지 못한 숙제를 고백하는 아이의 작은 목소리를 덤덤하게 들어주는 것으로.

부랴부랴 필통을 펼치는 아이에게

내 마음보다 말이 먼저 달려나가지 않길 바라면서 믹스커피를 꿀꺽 삼키는 밤.

나는 이 아이의 세상 유일한, 하나뿐인 엄마이니까 탓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보자고 나를 다독인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을 힐끔힐끔 돌리며 나의 눈치를 살피는 아이를 보면서

나의 오래된 다짐을 다시 꺼내어 본다.


육아란 내가 너를 기르는 것이 아닌

우리가 서로의 사랑에 기대어 함께 깨닫고, 함께 넘어지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길이라고.

만약 세상에 책육아가 존재한다면 내가 바라는 성공적인 책육아란

작은 고민이 이어져 나만의 해답을 찾고 싶을 때 아이가 책의 바다를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매일 책을 읽지 않아도, 하루에 열 권씩 든든히 읽지 못해도

책이 주는 즐거움과 기쁨을 아는 사람이 되면 충분하다고.

좋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풍요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책은 그저 공기처럼 물처럼 그림자처럼 언제나 편안하게 함께하면 된다고.

어쩌면 엄마인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언제나 가장 필요한 것은

턱하니 책을 펼쳐 읽는 아이의 뒷모습이 아닌 '믿음'인 것 같다.

서로의 사랑에 기대어 만들어 나가는 우리 육아를 향한 믿음.


'너희들의 가슴의 그 고요한 호수만을 믿는다 믿고 또 믿는다'는 어떤 시인의 말처럼

아이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소중한 호수를 믿는 것.

만약 우리가 이 호수 위에서 불안과 안도를 물결처럼 오가더라도 믿음이 있다면 충분할 것이다.

믿는다는 건 결국 사랑한다는 것일테니.


글 쓰는 엄마, 글맘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