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다는 말은 앞으로 나아가지

당신을 위한 리추얼 필사 편지 14

by 글맘


당신을 위한 리추얼 필사 편지 14 _ 참 좋다는 말은 앞으로 나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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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란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각자 떠나는 제멋대로의 모험.

__<식물적 낙관> p.10


커피가루가 담긴 하얀 봉투를 토도독 열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붓습니다.

보글보글 거품이 차오르면

잠시 거품이 꺼질 때까지 기다려요.

가라앉으면 다시 또 한 번 물을 붓고, 붓고, 붓고.

저는 세 번 쯤 반복하는 게 좋더라구요.


커피가루가 담긴 하얀 봉투를 토도독 열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붓습니다.

보글보글 거품이 차오르면

잠시 거품이 꺼질 때까지 기다려요.

가라앉으면 다시 또 한 번 물을 붓고, 붓고, 붓고.

저는 세 번 쯤 반복하는 게 좋더라구요.


커피를 내리는 아침마다

매일 똑같은 생각에 머물러요.

'진한 갈색빛의 저 원두 가루를 스친 물은

아름다워지는구나.

누가 나를 스친다면, 그도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원두만도 못한 사람으로 살 순 없는데.' 싶은

두서없는 생각들.


그중에서도 제가 늘 감탄하면서 바라보는 것은

커피를 내릴 때마다 발견했던 바로 이것입니다.

원두 가루가 부글거리면서 솟아올랐다가

커피가 잔에 떨어지는 속도에 맞물려 가라앉을 때,

'가장 높이 솟아오른 부분이

가장 푹- 깊이 꺼져버린다는 것' 말이죠.


이 진폭, 이 진폭이 좋아요.

엉겹결에 희망이 충전되는 기분이랄까요?

가끔 내가 정확히 명칭할 수 없는

어떤 세계 속으로 푹- 꺼지는 것은

언젠가 불쑥 솟아오르기 위함이겠구나 싶은,

이상한 희망들.


가끔은 맥락없이 흐르는

'이상한 희망'이 우리를 살게 하거나

버티게 할 때도 있죠.

더 깊이 가라앉을거야,

더 오래 가라앉을거야,

그러다 불쑥 솟아 아주 오래 부글거릴거야,

미약한 바람을 일으킬거야. 같은.

희망을 품은 작은 마음들 뒤에

머물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 머뭄이 오늘같은 순간엔 귀하게 느껴져요.

작디작은 마음들 뒤에서 숨을 고르는

가장 작은 나.


그런 '나'처럼,

어쩌면 당신도 지금 작은 마음으로

숨을 고르고 계실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도 '당신을 위한 리추얼 필사 편지'를

이 공간에 놓아둡니다.

(200여 편이 더 있으니,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매일 올려볼게요!)


작년 이맘 때,

집 근처 작은 서점에서 4주 간

유재영 소설가가 진행했던 강의에 참여했었어요.

작가님은 선생님이라기보다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들을

나눠 보고 싶다고 하셨고,

그 첫 번째로 '나만의 아포리즘 수집'을 알려주셨죠.


일상 속에서나 책을 읽을 때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잘 수집해 두고,

그것을 씨앗 삼아 사유를 넓히거나 글을 써야 한다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당연하게도 '리추얼 필사'가 떠올랐어요,

책 속 좋은 문장을 적어두는 '필사'

내게 귀한 그 단순한 반복에

힘이 실리는 듯한 순간이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만난 좋은 문장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 아깝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떠올린 작은 생각의 조각을

정돈하고 싶기도 하고,

무언가를 위해 애를 쓰는 누군가의 곁에

머물고 싶기도 해서 쓴

이 작디작은 글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방금 알 하나를 깨고 태어난 작은 새에게

어른 새가 물을 주고 먹이를 작게 잘라주듯

작은 문장들은 우리들 곁에

그런 에너지로 머물면 좋겠어요.

바람입니다.


**

물은, 별빗을 받고 걸어온 발걸음과

도르래의 노래와 내 팔의 노력에서 태어났다.

그것은 선물처럼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__<어린왕자> p.110


오늘도 나답게 나아가는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리추얼 필사, 글맘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