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동네 요정님에게

by 풀씨

나는 큰길에서 우회전했어.

어딘가 있을 빵집, 슈퍼를 찾으며.

땀이 좀 나려 했어.

8월이고 마음이 급했고 조금 더웠던 모양이야.

빵을 사 갈까. 케이크를 살까. 휴지를 살까. 그걸 모두 다 살까

궁리하며 재게 걸었지.


그때


나타나셨어.


"오늘이 무슨 요일이에요?"

"오늘이 며칠이에요?"


나는 그러게나 오늘이 무슨 요일일까

오늘이 며칠일까 잠시 생각했어.

내가 좀 그래.


곧 내가

"오늘은 화요일이고 13일이에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요정님께서

"한의원이 좋을까.

병원이 좋을까?" 물으시는 게 아니겠어.


"허리가 아파서..."


나는 생각했어.

한의원이 좋을까, 병원이 좋을까...

음, 음, 생각해보자...

"가까운 한의원이 좋을 거 같아요."

내 생각엔 그랬어.

내 대답에

나도 웃고 요정님도 웃으셨어.


그리고 요정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노인네랑 말해줘서 고마워요."


바람이 한 줄기 불어왔어.

시원하고 다정한 바람이었지.

당연하잖아.

요정님과 내가 둘 다 만족했으니까.


나는 요정님께 손을 흔들며

오래오래 뒤돌아 보며

앞을 보고 가다가 다시 뒤돌아 손을 흔들었어.

요정님도 그 자리에서 오래 그렇게 해주셨어.


이럴 때 울면 안 되겠지.

눈은 꼭 반달이어야겠지.


나는 종종 낯선 곳에서 요정님을 만나.

풀떼기 같은 나에게

삶을 가르쳐 주시려고

나타나는 요정님들.


나는 곧 목적지에 도착해서 2층 창을 확인하고

사선 방향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양손 가득 뭔가를 샀어.


그날 나는 좋은 사람들과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거 같아.

그리고 오래오래 남을 요정님에 대해서도

잊고 싶지 않아서

수첩에 메모해 두었지.

그리고 오늘 그걸 쓰는 거야.

이렇게.

그 요정님께 감사드리며.


2020 08 13 화

2021 03 21 일



매거진의 이전글집 앞버드나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