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있을 너에게
우리 집, 아파트 단지 후문 정면.
이면 도로, 경사진 둔덕에 버드나무 한그루가 살았어.
산책을 나서면
늘 그 나무와 가장 먼저 인사하는 거야.
"안녕, 나무! 오늘도 멋지구나."
"안녕, 나무! 봄이야. 어린싹이 너무 귀엽구나."
"안녕, 여름의 너는 정말 너무너무 근사하다. 얘."
"안녕, 나무! 가을이네. 너는 정말... 너무... 멋지다..."
"안녕, 나무! 겨울인데 참 씩씩하구나. 곧 봄이 올 거야."
경사진 곳에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그 경사면에서 어떻게든 자라 보겠다고
휘어진 구부러진 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늘 숙연한 마음 가졌었어.
이사 오고 10년.
올해 너의 빈 둥치를 보게 되었어.
어찌나 섭섭하던지.
얼마나 미안하던지.
너를 베어낸 자리에서 오래 너를 생각했지.
참, 너의 아기들이 거기서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 전할게.
너는 그 경사진 곳에 너의 아기들을 드문드문 자라게 했더구나.
너만큼 큰 나무가 되려면 멀었지만
나는 작은 버드나무도 너무 사랑스러워.
너를 배경으로 사진도 자주 찍었는데
올해는 너와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어 참 섭섭해.
그런데 문득 메모들을 뒤적이다
너를 드로잉 한 메모가 있더라.
어찌나 반가운지.
못 그린 그림이지만
너를 그린 나를 칭찬해줬어.
그림은 사진과 다르게
너를 지켜보던 시간을 담고 있어 그런지
더욱 너의 기운이 담겨있는 것 같아.
오늘은 무척 공기가 찼지만
이제 곧 봄밤이야.
아니, 이미 봄밤이 시작되었지.
내가 봄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
봄밤이면 공원과 아파트 단지를 걷던 나를 늘 따뜻이 지켜봐 줘서 고마워.
너의 자리에 네가 없다는 건 슬프고 허전하지만
네가 분명 다른 생명으로 행복한 시작을 하려 떠났다고 믿어.
너에게 많고 많은 축복 함께 하길.
고마웠어. 그리고 고마워.
2021년 초 겨울.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