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와 하얀 봉투와 짧은 편지에게
7월의 말미입니다.
출판사에서 인세 메일이 왔습니다.
이십팔만칠천사십원.
여름 용돈을 받았습니다.
2012년 9월에 출간된 책이니
내년이면 꼬박 10년이네요.
10년간 꾸준히 저에게 용돈을 준 책입니다.
오래전 어떤 책들은 목돈을 주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책들은 인세를 넘기기도 어려웠던지
소식 없이 사라지는 책들도 많았습니다.
그 책들에 욕망을 담은 적은 없지만
인세든 매절이든 하나같이 애정과
미안함을 담아 재주껏 일했습니다.
여름, 흰 봉투에 담긴 작은 용돈을 받는 기분.
나의 어떤 책이 꾸준히 일한 보람으로
내 방 창문 틈으로 살짝 밀어놓고 간 흰 봉투.
나는 조그맣게 미소 짓습니다.
너의 수고를 내가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고요.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보고 그림을 그리며
오래오래 책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아주 후일에는
하얀 종이봉투에 담긴 짧은 편지에
책과 함께 해서 즐거웠다 라고 한 줄 쓰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때도 물론 다하지 못한 책과의 일생을 바라겠습니다.
나는 무엇보다 책이 참 고맙고 좋고 좋습니다.
2021 07 29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