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리듬

일하는 일러스트레이터

by 풀씨

어떤 날은 신들린 듯 진도가 나가지만

어떤 날은 도무지 일에 진척이 없다.

그런 날은

에휴~

그런 날도 책상 앞에서 일단 버텨본다.

그러면 정말 개미 발바닥만큼 일을 더 해내기도 한다는 것을

오래 일해 본 사람은 안다.

비효적이라고 해도

마감 강박증의 끝단인 나는 대게가 그렇다.


그러니까 신들린 듯 붓이 나갈 때

(마치 무궁화호를 타고 국적기 꽁무니를 따라잡는 기분이 들 때)

최대치로 해두는 것이 좋다.

그러면 다음 날은 그 기운에 취해 조금 더 일을 하고

삼일째엔 보란 듯 진도가 나가지 않아도

이틀의 수고만큼을 계산하는 스스로를

그럴만하다 라고 다독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첫날이 되면

다시 부스터가 작동하고 속도가 난다.

그럼 다시 이틀째가 되고 삼일째엔 또 바닥.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칠일을 일하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대신 원하는 만큼 늦잠을 자고

원하는 만큼 산책을 한다.


오십까지 일했는데

육십까지 칠십까지 일하고 싶다.

일이니까 힘든 점도 없을 수 없지만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

할수록 재미있으니까.

내가 하는 일이.


2021 08 04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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