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1)

발과 어깨와 마음에게

by 풀씨

당신을 만난다면


말하고 싶다


진짜 고달팠다고

아버지가 하다 간 것

마저 하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아직 사는 동안

이런저런 일 있겠지만

한 해 한 해 떠난 아버지의 나이를 살면서

나는 나였던 적이 별로 없었다고

그게 아버지 잘못은 아니라고

내가 너무 못나서

그렇게밖에 못 살았다고

당신도 하늘에서 보고

많이 울었을 거 같다고

여기까지 오고 나니

이제 정신이 좀 든다고

그런데 후회 안 한다고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실까

하늘에 안 계셨으면 좋겠다고

이미 좋은 곳에서

다정하고 멋지게 살고 계셨으면 좋겠다고


미안하다고

너무 그리워해서 미안하고

너무 많이 운 거 미안하고

이렇게 산 거 미안하고

죽게 되면 아버지 다시 만나고 싶어 해서

미안하다고

혹시라도 여태 당신이

여기 있는 나를 보고 계시다면

이제 그만 아버지의 다음 여정을 가셔도 좋다고

늦었지만 아버지를 너무 붙들어서

너무너무 미안하다고


이제 아빠라고 부르기에도

내 나이는 너무 많고

이제 얼마쯤 살고 나면

아버지가 살아보지 못한 그 나이를 살아야 할 텐데

나보다 젊은 아버지를

어떻게 그리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때가 좀 천천히 오도록

나는 이제야 조금 천천히 살아볼까 한다고

당신, 나의 아버지

오랜 나의 벗

너무 다정했던 거

그게 다 눈물이 되어서

화내서 싫을 때 분명 있었는데

화나게 한 거 너무 죄송하고

더 많이 기쁘게 해드리지 못한 거

죄송했고

그날 그때들을 수만 번도 더 생각했다고

그날이 마지막이 될 줄도 모르고

금방 다시 만나는 거가 당연하니까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지나가시는 당신 차를 세우지 않은 것

당신 오시면

당신 봤다고 얘기해야지 하고

그냥 보낸 거

그걸 너무 많이 후회했다고

당신과의 마지막 통화도

더 재잘재잘 떠들걸

더 조잘조잘 떠들걸

내가 새로 얻은 작업실이 어떤지

당신이 뭘 해주셔야 하는지

그래서 당신을 빨리 서울로 올라오게 했더라면 하고

후회됐다고


이렇게 살고 보니

당신 딸로 살은 거밖에 없는 거 같다고

당신이 한결같이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그게 가끔은 무섬증이 들었다고


당신 없이 여기 남아서

외로울 정신은 없었는데

무서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고

정말 정신없이 살았다고


다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 손을 다시 한번 잡아 보고 싶어요

매일 당신 손을 잡아 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하늘나라 사람이라는 게

당신이 떠난 지 오래되었다는 게

아직도 쉽지 않지만

이제야 당신이 떠났다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 말을 내가 나한테 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아버지, 나의 오랜 벗

언젠가 만나요

마저 잘 살다 갈게요

오늘 너무 그리웠어요


2021 09 03 f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