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아버지께
그때 그날 그 장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당신을 수만 번도 더 불렀을 텐데.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 거라는 걸
내가 상상도 못 했기에
당신 차가 멀어지도록
인사한 게 다인데
당신이 나를 못 보고 지나가셔서
당신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잘 다녀오시라고 배웅했는데
언제나 나를 마중 나오시고
배웅해주시던 당신 대신에
내가 당신을 배웅했을 뿐이었는데
당신은 이후로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그날 그때 그 장소로 돌아간다면
평소처럼 평소처럼
우리 우연에 흥분해서
당신 차를 세웠을 텐데
내가 집에 중요한 걸 두고 와서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을 텐데
그럼, 당신과 좀 더 아쉬워하며
서로 잘 다녀오라고
몇 마디라도 더 나눴을 텐데
당신 혹시 위험할까 봐
그냥 보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되는 바람에
그날 그때 그 길에 서서
보이지 않는 당신을
수없이 보았어요.
그게 마지막인 줄만 알았더래도
그 어떤 기미라도 있었더라도
이별이 그렇게 갑자기 오는 거라는 걸
당신에게 배우게 될 줄 몰랐기에
그게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알지 못했으니까
너무 오래 당신과의 이별을
버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당신과의 이별만큼 아픈 이별은 없겠지만
나는 모든 사소한 순간에
이별을 떠올려요.
모든 순간은 마지막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아침
내 책상. 내 종이들. 내가 가졌던 별 거 아닌 것들.
숨겨야 할 것들.
버려야 할 것들.
나에게만 소용 있는 것들.
그런 것들에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게 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오래 아파하고 슬퍼해서
죄송해요.
아버지 말씀처럼 제가 제일 많이 우는 거니까.
용서하세요.
아버지 딸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
다음엔 착하고 똑똑한 딸로 태어나고 싶어요.
아버지 어디서고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하늘에 계시지 말고요.
그리운 밤, 9월에
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