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7 일
너에게
어제는 내 생일이었어.
친구와 가족 몇몇의 지인들에게 축하를 받았고
평소처럼 일을 하다가
너의 편지들을 편집하려고 책상에 앉았지.
그리고 확인할 게 있어 편지 상자를 열었어.
그게 나에게 매번 쉽지는 않아...
마음을 먹어야 하지.
네 편지를 찾았던 건 아니었는데
다른 친구들 편지를 몇 통을 읽어보게 되었어.
매번 이런 식이라 편지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어.
그러다 어떤 편지 봉투를 열었는데
낯익은 글씨가 있더라. ^^(너의 악필을 닮은 열다섯 살짜리의 문장)
처음엔 너라고 생각 못했어.
너의 편지는 내가 따로 모아두었잖아.
그리고 네가 보낸 편지 중에
"내가 보내는 첫 편지일걸."이라고 쓴 편지가 있어서
누굴까 싶었지.
너의 글씨와 무척 닮았고 내용은 개구쟁이인 걸 금방 알 수 있었거든.
편지에 담긴 글이 너무나 솔직하고 귀엽고 씩씩해서
웃음이 났어.
그리고 점차 점차 그게 너라는 걸 깨달았어.
우리가 친구가 되기 전에 네가 내 생일에 준 편지였나 봐.
너는. 넌 정말... 너무해.
너에게도 이 귀여운 친구를 소개하고 싶다. 37년 전의 너를.
그래, 넌 마치... 내 생일을 기다렸다는 듯.
37년 전, 내 생일에 보내준 너의 편지를 만나게 했어.
도대체, 너는!!!
씩씩하고 솔직하고 당당하던 너.
나는 오늘 도서관에 가서
우리의 편지들을 편집한 글들을 프린트했어.
첫 더미북이 되겠지.
수정할 것이 많겠지만 너무나 기뻐.
너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짓을 기분 나빠할까?
그때의 너라면 나를 용서할 거야.
그러나 그때의 네가 아니라면 어쩌지...
우리 편지를 묶어 내가 꼭 한 권 가지려고 해.
너를 만나면 네게도 주어야지.
그 자리에서 네가 집어던진다고 해도
너를 만나고 싶단다.
그때도 지금도 생일 축하해 줘서 고마워.
용돈 다 써서 선물 못해준 거 미안하다고 한 거 장난이지?
내가 여름방학에 너에게 써 준다고 했다던 시는 내가 써줬니?
너는 그 시를 고등학교 시화전에 베껴서 썼던 걸까?
바보야...
나는 그저 그런 보통의 십 대였다고!
네 눈에만 반짝이던.
그리고 너는...
학교 전체를 빛나게 하던 학생이었지.
어째서 단 한 번도 잘난 척하지 않았던 거야!
왜 단 한 번도!
네 말처럼 나는 오늘도 주어진 일을 제때제때하며
하루를 보내야겠지?
나 사실 그런 애 아니었는데...
노력할게.
따뜻한 오늘을 보내.
사랑하고 사랑해.
2023 12 17 일
추신 ; 너에게 받은 단 한 번의 생일 축하 편지가
나의 남은 모든 생일을 축하하고도 남을 거야. 사랑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