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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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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Jan 12. 2024

너에게_나중에 하느님이 물으시면

2024 01 12 금

내 우정에 관하여 하느님이 물으시면


하느님이 나더러 

세상에 내려가서 뭘 하고 왔냐고 물으시면

난 널 보고 왔다고 말할 거고


내 인생이 뭐였냐고 물으시면

손수건이었다고 말할 거야


왜냐고 궁금해하시면

난 많이 울다 왔다고 말씀드리고


울기만 했냐고 물으시면

그렇지는 않죠 하고 웃을 거야


그래서 다시 태어나겠냐고 하시면

그러겠다고 할 거야

널 다시 만나고 싶다고 간청할 거야


하느님이 그건 안 된다고 하시면

난 하늘에서 뛰어내릴 거야


손수건처럼 나풀거리며

네 앞에 떨어져 볼 거야


그럼 넌 어디선가 본 손수건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거야


네가 주워갈지는 나도 모르지


다만 난 널 한 번 더 볼 수 있었겠지


그리고 그 짓을 몇 번이나 더 하려 들겠지


그러나 지금은 하느님이 내게 묻지 않아

너 뭐 하니 하고


그래서 나는 너에게 편지를 써

오늘 지금 이 순간


2024 01 12 금


너의 손수건으로부터


추신 : 나를 뭐라 말할까 생각해보면...

나는 한장의 손수건, 아니 여러장의 손수건.

나는 항상 손수건을 꼭 쥐고 살았어.

그럼, 넌 뭐라고 할까? 넌 뭐였다고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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