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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Jan 14. 2024

너에게_너에게 배운 것들_너는 나의 선생님

2024 01 13 토

너에게


너에게 배운 것들, 너는 나의 선생님.


1986년, 열다섯 살, 새 학기, 새 교실

거기가 시작이었지. 너의 첫 수업.


그 교실에서, 나는 

너에게서 너를 보았고

너에게서 너를 배웠지.

그러다 나는, 너에게서 나를 보았고

너에게서 나를 배웠어.


너의 수업은 내가 알아할 모든 것이었어.

그러나 그때의 난 좋은 학생이 못되어서

공부가 어려워지고 성적이 나빠지자

너라는 선생님에게서 도망쳤어.


그리고

배움을 멈춘 오랜 시간이 있었어.

세월이 흘러

나는 다시 인생이라는 책상 앞에 앉아

너라는 선생님을 통해 배웠던 것들을

복습하고 있어. 스스로. 혼자서.

네가 15살에서 19살까지 가르쳐 놓은

용기와 우정과 사랑을 늘 그리워했으니까.


너는 나에게 기쁨만 가르쳐 주려 했겠지.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기쁨이었다가 슬픔이 되었어.

너도 아직은 삶을 배워가던 중이었고

타인에 관한 한 어린 선생이었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이면 더욱 좋은 선생님이 되어 있겠지.

훌륭한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을 용서하잖아.

너는 나를 용서하게 될 거야.

네가 처음 용기 내었던 것처럼 말이야.

나는 너의 용서도 끌어낼 거야.

머리는 나빴지만 끈기는 있는 학생이고

그게 네가 가르쳐야 할 이번 페이지니까.


너는 나에게 삶을 배우게 했어.

그리고 그 이상을 배우자고 하는 것 같았어.

그건 기와 결심과 인내를 요했지.

두려웠어. 미지의 파고가.

너도 두려웠을 거야.

우리는 어렸고 삶은 우리보다 커다랬으니까.

그래서 나는 타협했고 단념했고 순응했어. 

이 또한 쉽지 않았지만 난 그렇게 했지.

그리고 너는, 너는 그때 어떻게 했을까?

나의 책상을 치워버렸어?

너는 어떻게 지냈어?


너를 떠난 이후의 나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너라는 '집'을 떠나

너라는 '교실'을 떠나

내 삶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려 했지.

그러나 어디를 가도 나는 '너'라는 장소에 있었어. 

나의 여정은 언제나 너와 함께이고

너와의 삶이었다는 걸 깨달았지.


그래서 나는 너를 찾아.

나의 그리운 선생님. 너를.


2024년 01월 14일 일요일


지현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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