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너에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씨 Jan 11. 2024

너에게_너와 같은 하늘 아래 있기만을 바랬던

2024 01 11 목

너에게라고 쓰기에 미안해서 나에게라고 쓸게


나에게


2023년 10월 14일.

그날은 더욱 날이 아름다웠어. 밝고 맑고 그러다 비가 왔지.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 산자락. 커다란 먹구름이 수묵화처럼 내려오던.

택시를 탔어. 어린 아들을 태우고 택시 드라이버를 하는 젊은 엄마의.

아이는 뒷자리의 우리를 연신 돌아보며 수줍어했어.

즐거웠어. 햇살 속에 동그란 행복들이 동동 떠다녔지.

라디오에서 마룬 5의 '메모리즈'가 시작되었어.

우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어...

그러다 갑자기 무서워졌어.

혹시. 만약. 만약에.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게 아니면?

네가 세상에서 사라 졌을까 봐 두려웠어(이런 생각한 날 용서해).

나는 햇살에 마음을 숨기고 웃음에 마음을 감추고

울렁거리는 마음을 혼내주었어.

아니야!라고 야단쳤지.


그렇게 울며 불며 견디다

이제 너라고 생각되는 그 사람이 나타났지.

기억 못 하겠지만. 내가 네 기도의 보람이라고 한 거 기억 안 나지?

넌 꼭 네가 한 걸 나도 하게 만들어.

그래서 겨우 살 것 같았는데

이제는 네가 너라고 해주지 않아서 철없이 굴고 있어.


알아. 난 이제 곧 물러날 거야.

내 마음은 내가 한심하거나 말거나

못났거나 신경 안 쓰지만

누군가에게 폐가 되는 것은 못해.

그저 너는 모르니까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구는 거야. 

다만 네가 있기를 가슴 졸이며 바랐으니까

잘 살고 있는 거 봤으니까.

그 사람이 너던 아니던. 믿어야지. 너라고. 

그리고 미련 갖지 말아야지.

너를 휘말리게 하지 말아야지.


네가 세상에 없을까 봐 두려웠던 2023년 10월 14일로부터

2014년 1월 11일까지 왔는 걸.

내가 나에게 조금 다정하게 대해줘도 괜찮겠지...

석 달을 너무 고생했으니까...


이제와 아쉬워한들 다 살아버린 과거지만

그토록 떠돌 때 왜 난 너에게 돌아갈 생각을 못했을까 싶어.

나한테 남은 너에 대한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겠지...

네가 변할 줄 알았으니까. 내 말대로. 내 생각대로 됐으니까.

그저 너도 어디선가 잘 지내리라 생각만 하고.

그저 잘 지내는 너를. 당연하게 생각했지.

나보다 더 잘 지낼 너를.

내가 없어서 더 잘 지낼 널. 늘 바랬어. 


나름대로 잘 지냈는데. 

많은 걸 했고 많이 재밌기도 했고 

지금도 잘 지내고 언제든지 재미있으려면 재미있을 수 있는데.

다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너 때문이 아니고. 이제 사는 게... 전 같지 않은 거겠지.

노력하기 싫고 애쓰기 싫어서...

이런 내가 너한테 뭘 어쩌려고.


^^; 아아 너무 무겁다... 


2023년 10월 14일을 생각해 봐. 난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네가 행복하게 사는 걸 봤으니까.

네 행복에 끼어들지 말고. 삶을 살아가야지.


미안해. 너무했지? 이런 생각까지 한 거...


건강하고 행복해야 해.


2024 01 11 목


추신. 나는 너를 만나 너와 나눈 우정이 날 너무 행복하게 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다시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아. 이 나이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매일같이 이런 편지해서 미안해! ^^;;;




매거진의 이전글 너에게_네가 아니라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