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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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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Jan 25. 2024

너에게_그 버스 장류장에서_너의 편지를 보기 전이었다면

2024 01 25 목

너에게


내가 너를 버스 정류장에서 보았던 게 맞지?

계속 네가 아닐지 모른다고 나를 속이려 했지만

너였기 때문에 우리는 만날 없었던 거지?

이 오랜 세월을?


이제 알 것 같아.

그동안은 너를 만나선 안 되었어.

너의 편지를 다시 읽기 전에 너를 만났더라면

그건 또 그날의 버스 정류장이 되었을 거야.


그러니까 난 이렇게 아프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마땅해.

이 시간들을 잘 보내야 너를 만날 수 있겠지?

너를 만나면 난 항상 웃고 싶었고

너를 만나면 난 항상 명랑하고 싶었어.

그런데 그게 되지 않았어. 

좋고 좋고 좋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웠어.

이번에 너를 만나면 나는 물론 울겠지. 

내 절망적인 소망이 이루어진 거니까.

하지만 꼭 웃을 거야. 그리고 짓궂게 굴 거야.

네 등을 꼭 한 대 때려줄 거야.

물론 너에게도 기회를 줄 거고. ^^


주로 울적한 나이지만

마음 밑엔 누구나 자기만의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그러니까 생명이 될 수 있는 거잖아. 

나의 따뜻함을 살려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만 너를 만날 수 있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너를 만나서 무엇하겠어.

다시 너의 괴로움이 되고 다시 나의 괴로움이 될 것을.

그러니까. 내게 이 시간들은 배움의 시간이지.

널 따뜻이 맞이할 마음을 준비하는 시간.


널 만나지 못할 일은 없어. (어떤 의미에서의 만남이든)

나는 이 시간들을 받아들이며

내게 가장 큰 것들을 내주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간들을 감내하고 있으니까.

물론 그래도 난 허술할 거야.

나머지는 네가 채워줘.

아니 함께 허술해지자.


내가 그 버스 정류장에서 나 자신을 속였던 것처럼

나를 부정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그렇지만 그건 너무 오래 하지 마.


2024 01 25 목


지현


추신 : 내가 생각하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가 미우면 내 이름을 불러줘... 

네가 오늘도 불렀을 그 이름으로.

그리고 따뜻한 너로 돌아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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