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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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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Jan 25. 2024

너에게_우리에 대해 알던 친구들도 있었지_우리는 그래서

너에게


우리 우정에 대해 알던 친구들이 있었지.

우리가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에 대해 알던.

친구들의 편지 속에서 네가 나올 때마다 깜짝 놀랐어.

ㅇㅇ이는 나의 국민학교 친구였어.

그 친구에겐 너에 대해 말했겠지만 오랜 시간 뒤 그걸 발견한 나는 놀랐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버렸었거든.

하지만 곧 그랬겠구나 수긍했어.

다정한 친구였고 한없이 너그러웠고 난 전학을 왔으니까

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어.

(그 친구가 너를 무척 궁금해했단다. ^^)

그리고 우리의 처음은 기뻤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고등학교가 갈리고 짝이 된 친구에게도 

너의 이야기를 했더라.

네가 없으니까 용기 내서 했겠지. 단짝이었으니까. 

조심스럽게. 자랑스럽게... 했겠지. 

그래서 그 애들 마음을 불편하게 했었나 봐.

편지를 읽다가 얼마나 미안해지던지.


그런데, 그 친구들 말고도 너를 아는 친구들의 편지도 있었어.

아, 얼마나 놀랐던지.

너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

그 규모를 잊고 있었어. ^^;;;


우리조차 우리 우정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

나는 내가 너를 망칠까 두려웠어.

우리는 둘 다 매우 반듯한 아이들이었잖아. ^^;;;

(네가 공부를 너무 잘해서 너와 비교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줄 거지?)


그래, 나는 나빴어.

너에게 설명했어야 했고, 너와 상의해야 했었어.

상세히, 자상하고 따뜻하게.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


너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만나지 못하는 건 당분간이라고, 

나는 항상 너의 응원이 가장 좋다고, 힘이 된다고 

또 나도 너를 정말 좋아하고 응원한다고.

네가 정말 잘 되어서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그때 너와 여행도 가고 재밌게 지내고 싶다고 할걸.

나는 침묵하고 답장하지 않는 걸로

우리 두 사람을 갈라놓았어.


그래서 오랜 세월 뒤

가슴이 무너지는 나를 만나지. ^^;

여기까지는 새드 엔딩이네. 

그런데, 여기가 엔딩이 되어선 안 돼.

나는 지금 아프지만. 꼭 해피 엔딩을 만들 거야.


너를 망칠까 두려웠던 나는 나를 망쳤어.

살면서 따뜻한 마음을 챙겨 오지 않았으니까.

모든 생명이 여기(세상)에 온 이유가 있겠지?

나는 전생을 믿는데 그때 나는 똑같은 실수를 했을 것 같아.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잘해보려 했는데

또 여기인 걸까? 

음... ^^;;;


하지만, 네가 말했듯 맑은 하늘을 보다가

좋은 장소, 좋은 사람들과 웃다가

너를 떠올리는 내가 있어.

혼자 길을 걷다가 날이 좋아 강물에 윤슬이 반짝일 때

너는 뭘 할까, 어떻게 지낼까 너의 안부를 묻는 내가 있어.

늦었지만 후회하는 내가 있고

그 후회가 싫지 않은 내가 있어.

이 모든 여정을 다 통과하지 않고

영영 모르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야 말로 새드 엔딩이 될 거야.


잘 자.


2024 01 25 목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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