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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Apr 27. 2024

너에게_레모네이드를 만들며_뭔가를 찾는다는 건

2024 04 27 토

너에게


어느새 토요일이네. 어제는 모 출판사 대표님과 미팅을 했어.

고민하고 번복하고 또 번복하다 결국엔 고사했지.

죄송했어. 그리고 고마웠어. 좋은 분이거든.

생활이 조금 어려워지더라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해야겠다고 결심한 일들을 진행하려고 해. 장하지? ^^


그리고 새 아침.

호두 몇 알과 물을 마시다 레모네이드를 만들었어.

이렇게 적으니 꽤 귀여운 생활이지?

이게 다는 아니지만. ^^

레모네이드를 만들다가 너를 생각했지. 아니 눈 뜨자마자 너를 생각했을 걸.

이상하게도 또 다행하게도 넌 꿈에서만 안 나와. ^^

너에게도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너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렸어.

너와 하고 싶은 것들.

너에게 내가 좋아하는 책과 문장들을 읽어주고 싶고

쑥스럽겠지만 널 생각하며 쓴 내 글들을 읽어주고 싶어.

그리고 너를 졸라서 너의 노래를 듣고. ^^

너를 조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

너는 뭐에든 수줍거나 뒤로 빼지 않았었으니까

씩 웃고 노래해 줄 것도 같아.

그럼, 나는 첫곡은 아프로디테 차일드를. 그리고 사이먼 가펑클을.

그리고 레드 재플린을. 그리고 해바라기를. 그리고 유리벽을 노래해 달라고 할 거야.

네가 교탁 앞에서 아이들을 위해 불러주었던 노래 말고

우리만 아는 노래들.

너의 주크 박스는 나중에 또 적을 게.

그리고 나는 신이 나서 너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싶겠지.

또 나는 너에게 내가 만든 작은 선물들을 주겠지.

하지만 네가 어느새 샤넬이나 루이비통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면...

나는 그런 건 사줄 수 없어. ^^;

그러나 에르메스 쁘띠 스카프라면 너에게 꼭 하나 사주고 싶기도 하다.

아, 네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내가 말하지 못한 것들을

다 읽고 가면 좋을 텐데. ^^


너와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 

내가 내 여동생과 하고, 내 친구들과 나누는 소소한 우정의 일상을

너와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이런 봄날에 말이야. 

네가 말한 아름다운 봄날이 이렇게 오랜 뒤에도 우리에게 주어졌는데.

너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러나 네가 잘 지내는 걸 알아. 

행복하다는 것도. 너는 그래야만 하고. 그렇게 할 사람이니까. ^^


그래서 나의 겨울 숲은 따뜻하고 행복해.

겨울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진 계절이잖아.

춥고 따뜻한. 하지만 너를 만난다면 금새 봄숲에서 여름숲이 되겠지.


레모네이드를 만들다가 문득 너와의 기쁠 일들을 써봤어.

너의 오늘도 예쁘고 산뜻한 레모네이드 같길.


2024 04 27 토


지현


추신 : 참, 책이 나왔어. 너에게 주려고 썼단다. 

바다에 던진 유리병 편지처럼 언젠가 너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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