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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 여행자 Apr 23. 2021

이 밤 한 번 그리움에 져주자

포토에세이


가는 길에 은행잎 구른다

저무는 시월 소리내면 읽히지 않고

저녁에는 부는 바람 가끔씩 있어

긴 그림자 버짐 같은 먼지 일으킨다

한 입 시린 무거나 배춧속 같은

그날들도 큰 소리로 읽기엔 부끄럽다

가는 길 갈수록

가슴 설렐 일 드물 것인데

가는 길 어느새 가파르다

지는 노을 산 그림자

씩 어둠의 푸른 데로 옮겨 앉는다

이 밤 한 번 그리움에 져 주자

나 아직도 나에게 들킬 일 남아 있는가

- 이문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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