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이퍼컴퍼니 Jan 15. 2020

09 레임덕은 장애 비하 표현 아닌가요?

맫또절? 맫또절은 과학입니다?

* 맫또절은 ‘매드클라운이 또 절었다’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얼마 전 접한 ‘절었다’는 표현은 크게 충격적이었다. 이는 방송이나 공연에서 대사 혹은 가사의 때를 놓쳐 버벅대는 등 하려던 바를 제대로 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가사를 절었다’, ‘무대에서 절어서’와 같이 사용되는데 음악 경연 방송에서 자주 사용되어 몇 년 새 10~20대에서는 익숙한 표현인 듯하다. 이미 몇 년 전 한 아역 배우가 공영 방송국의 대표 예능 방송에 출연해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이 기사가 되기도 했다. 모든 기사의 초점은 그가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방송 은어를 능숙히 사용해 베테랑 진행자를 놀라게 하는 등 큰 웃음을 자아냈다는 것이다. 이 표현의 장애 비하 소지를 언급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장애 비하 용어의 사용은 불편함보다는 즐거움에 가까운 듯했다.



 온라인 게시판이나 관계망 서비스에서 ‘절었다’는 표현을 수상하게 바라보는 몇몇 시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정적 상황을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에 빗대었다는 점에서 레임덕과 매우 유사하나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 것은 외래어인 레임덕과 대조적이었다. ‘장애인 비하에서 나온 말이 맞는 것 같다’, ‘기분이 좋지 않다’, ‘참 별로인 말이다’, ‘널리 쓰인다고 해서 그게 정답은 아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 다수에 가까운 듯했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없거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비하 의도가 없으니 괜찮다’, ‘그렇게 따지고 들면 쓸 말이 없다’, ‘예전부터 쓰던 말이다’, ‘주변에 장애 비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더 불편하겠다’, ‘이런 것까지 생각하시는 걸 보니 되게 스스로 불편하게 사시는 듯하다’, ‘남들은 연관시키지 않는 걸 혼자 연결해 불편해하는 것 같다’, ‘병신이라는 욕설도 다른 욕설에 비해 불편한가’



 장애 비하 용어를 접하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장애 비하 용어는 방송에서, 인쇄 · 출판물에서, 매일의 대화에서 지각없이 사용되고 있다. ‘찐따’, ‘병신’, ‘꼽추’, ‘또라이’, ‘난쟁이’, ‘얼간이’, ‘귀머거리’, ‘정신병자’처럼 장애인을 지칭하는 표현에서 ‘동네 바보 형’,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형’처럼 장애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표현, ‘앉은뱅이책상’, ‘벙어리장갑’, ‘병맛’처럼 대상의 속성을 장애에 비유한 표현까지. 그 수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지각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비단 장애 비하 용어뿐만이 아니다. 인종, 외모, 성별, 출신,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 비하의 대상은 광범위하나 문제의식은 매우 희박하다.


공중파 방송 자막




 절었다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한 누리꾼은 스스로를 “프로불편러”라 이르며 글을 시작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겐 프로불편러, 예민종자, PC충(피시충) 같은 딱지가 붙는다. 문제 제기는 조심스러워진다. “둔감하다는 것은 쌍방향이다. 폭력을 당해도 당하는 줄 모르고, 저질러도 그게 자꾸만 폭력이 아니라 한다(오찬호,『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115쪽에서 발췌, 링크).” 감도, 감수성에 관한 글이다. 폭력을 차별로 바꾸어도 뜻이 통한다. 국립국어원, 언론, 인권위를 들어 장애 비하 용어 사용 관행을 이야기했지만, 언어를 공유하는 개개인 모두가 스스로의 감도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문제를 공유하고 담론을 활성화하는 것이 시작일 것이다.











브런치에 연재되는 <레임덕은 장애 비하 표현 아닌가요?>는 페이퍼컴퍼니가 발행하는 더킷(duckit) 2호에서 발췌했습니다. 서점에서 판매 중인 더킷(duckit) 2호(링크)에서 전문을 먼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08 레임덕은 장애 비하 표현 아닌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