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맥주를 따듯하게 먹는 게 좋아" "책은 뒷 페이지부터 읽는 게 재밌어"던가. 모두의 취향이 있기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그러한 것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아무리 웃기더라도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영화를 볼 때 무슨 소리라도 내면 큰 죄라도 진 것 움츠러드는 것이 인간의 바꿀 수 없는 문화이자 현상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영화관을 갈 때 음료를 절대 사지 않는다. 괜히 영화 중간에 화장실을 가야 한다면 누군가를 좌석에서 일어나게 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동공을 확장시켜야 하는 에너지부터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갔다 오려고 조심하는 보폭의 조심성까지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이 나에게는 에너지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그 순간에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한다. 걸어갈 때 났던 키링 소리가 거슬리지는 않았는지, 들어갈 때는 또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가. 또 그 암흑 속을 들어가려니 짜증 난다. 방광이 탈부착이 된다면 좋으련만.
라커룸에 방광을 잠깐 맡기고 영화 끝나면 챙겨가는 그런 어이없는 상상도 잠깐 해본다.
.
.
.
오랜만에 나는 조그마한 소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고등학생 이후로 이런 소극장은 온 적이 없어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좌석은 대충 눈으로 봐도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크기였고 50석 정도 돼 보였다. 모처럼 영화 시작 전 모든 수분을 쫙 빼고 "이 정도면 2시간은 거뜬하지" 하며 영화관에 들어갔고 영화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당연한 침묵 속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순수한 웃음이 무언의 벽을 깨뜨렸고 그 웃음으로 대부분이 웃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영화관은 신경 쓰이지 않는 적당한 소음과 웃음소리로 가득 찼고 나도 웃고 있었다. 사람은 생각보다 엄청 단순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엄청 단순하다. 나는 생각보다 진심으로 단순하다.
진짜 영화관에 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