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by PAPERFRAGMENT

여행 전 날, 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디지털카메라와 필름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비교적 가격이 있는 디지털카메라는 리코라는 브랜드를 사용했고 혹여나 깨질까 케이스에 넣어 보관했습니다. 필름 카메라는 코니카라는 브랜드였고 가격은 9만 원 언저리, 그냥 목에 걸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필름을 3년 정도 찍었는데 700장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충 20 롤 되네요. 그러나 디지털카메라는 산지 한 달 만에 800장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을 지금에서야 맛본 것입니다.


어쩌면 이제는 필름카메라에 손이 안 가지 않을까 생각도 했습니다, 심지어 두렵기도 했습니다. 순수함에 효율이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순간,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 말입니다.



하지만 두 달 동안 일본 속 다양한 공간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디지털카메라는 내 손에 없었고 언제나 손엔 필름카메라뿐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생각했습니다, 필름카메라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있다고.


그리고 무슨 일이 있든 나는 계속해서 필름을 찍을 것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는 디지털카메라는 장면을 수집한다면 필름 카메라는 장면을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필름사진을 보고있으면 사진 속 그 순간에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가 어떠한 순간을 기억하려 했는지 사진 속으로 스며 들어가는 순간이 존재합니다. 그 순간은 굉장히 매력적인 시간이며,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을 추구하는 시대가 다가오며 모든 것은 빠르게 편하게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바이닐과 필름카메라 같은 것들은 비효율의 끝을 달리는 문화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각광받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면 글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사실 카메라에 대해 잘 모릅니다. 뭐가 좋은 카메라인지, 렌즈가 뭐가 좋은 건지 등.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진은 필히 개개인의 것이며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각자의 경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자신감있게, 즐겁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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