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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샬뮈 Mar 11. 2020

3월의 불면

잠이 오지 않아 짧게 써보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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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서 주간문학동네 정세랑의 연재글을 깔깔거리고 읽다가 잠이 호로록 달아났다. 정말이지 좋은 작가들이 너무 많아서, 불혹 즈음에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나의 오래된 (주문에 가까운) 바람은 냉정한 자기검열로 이어진다. 쌓여가는 책들을 가만히 본다. 언젠가는 꼭 읽게될 거라고 오늘도 4권의 책을 주문했다. 박상영 작가의 책 두권과 고양이의 언어학 그리고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인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번주에는 팬데믹의 시절을 자가격리로 체험하면서 수전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 '타인의 고통' 그리고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까지 주문했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한달도 전에 구입한 토니모리슨의 소설이다.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와 '바빌론의 탑' 을 읽고나자 머리가 다소 지끈해서 다른 작가를 찾는다는 게 감정적으로 계속 요동치는, 밑바닥에서부터 날것의 욕망을 마주하는 토니모리슨의 소설이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채워지지 않는 허기마냥 읽어대는 까닭을 잠들 무렵엔 생각하는데,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다른세계에 또는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자꾸 들어가고 싶어서 인 것 같다. 코로나19 이전에 해오던 일상과 마스크 끼지 않아도 되는 외출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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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어서 매일 만나는 유일한 사람은 남편이다. 남편에게 내가 제일 자주하는 말은 '뜨거운 시간을 보내자' 라는 농담과 진담의 경계에 있는 장난이다. 나의 결혼의 목적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섹스이기도 했다. 결혼 이전에 섹스는 (1)숙박비 혹은 대실비를 누가 내는가 하는 눈치게임 2)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당하게 될지도 모를 위험한 상황3)최악의 확률로 이루어질지 모르는 임신 등등 많은 변수등등으로의)  불안과 (그렇기때문에 더욱 부풀려진) 환상과 허상에 가까운 성욕의 상태였다. 하지만 결혼에는 이런 불안과 허상이 소거되는 대신, 어찌해도 새롭기 어렵고 즉흥적이고 대단히 즐겁기도 어려운 숙제가 되었다. 거의 내가 먼저 원하고 남편은 자신의 컨디션에서 최대한 맞춰준다. 맞춰주는게 수치스럽고 열받기도 해서 작년까지도 싸웠다. 남편도 성에 대한 자기언어나 형체가 있으면 좋겠어서 많은 대화를 시도했고, 다행히 조금씩 바뀌어가는 걸 알 수 있다. 단,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조금씩.....앞으로도 한 30년은 더 노력해야할 것 같다. 건강한 성은 서로를 이어주는 가장 굵은 실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관계는 매일 조금씩 다르게 변해갈테니 느긋하게 옆에 있어봐야겠다. 노력에 작은 진심이라도 전해지니 지금으로선 그것으로 충분하다. 남편을 덜 괴롭히기 위해 에너지방출로 시작한 운동이 탄력을 받아서 체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웃픈 상황이기도 하지만 괜찮아! 다행히 섹스 몇번 안한다고 죽지는 않으니까. 그깟 거 별거지만 별거아닌거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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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시끄럽고 다 이해하지도 못하겠어서 쓰기어려운데, 그래도

혐오보다는 사랑이 이기는 세상이 되었으면. 우리 모두가 연대책임이 있는 지구라는 엄청난 생태계를

매일매일 배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이다." 너무 쉽게 미워하고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 이 말을 기억하고 또렷하게 사회현상을 되짚어가면서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내일은 운동을 끝내고, 두 교황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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