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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샬뮈 Jan 06. 2020

1월의 셋

2019년 끝과 2020년 시작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 해를 더하며

[스파티필름 새순을 키우기 시작했다]


해를 더해가는 일이 점점 더 흐릿해진다. 선을 그을 만큼 지나온 달과 다가온 달이 크게 달라질 사건들이 많지 않고, 일상의 단조로움은 더 짙고 무거워지는 탓이다. 그나마 작은 기쁨은 해마다 새로운 일기장을 쓰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 19년은 계약직 프리랜서로 다양한 일을 해서 돈을 벌었고, 운동을 꾸준히 했고, 또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직접 보았다 정도로 축약할 수 있다.
식물을 보살피고 들여오고 하는 것으로 보면 풍성한 시간이었는데, 우선 실패의 기록부터 말하자면 과습과 적절하지 못한 분갈이 혹은 인내하지 못한 시간 탓에 아이비, 만병초, 작은 선인장, 문샤인 산사베리아를 죽였다. 파죽지세로 자라나는 스파티필름과 레몬밤을 당근 마켓을 통해 무료 분양했다. 그러는 동시에 올리브 나무와 콩고 스투키, 레몬나무를 새로 데리고 왔다. 올해에는 무화과나무 혹은 열매가 달리는 레몬나무를 입양하려고 생각 중이다.  현재의 레몬나무는 당근 마켓으로 천 원에 구입해 온 2촉에 50cm 정도 되는 어린 식물인데, 열매를 맺게 하려면 탱자나무랑 접목을 해야 한다는데 혼자 해낼 자신이 없어서 일단 키우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두 번째 이야기 : 의심하는 진심에 대하여

[그림책 작가 김영경 님의 작품]



마음을 재단할 수 있는 도구는 없다. 철저하게 나의 기준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때론 그래서 진심이란 형체가 없는 유령이 되기도 한다.
작년 초에도 방탄소년단 지민에게 팬레터를 보냈다. 올해는 지민과 남준에게 짧은 글을 써서 보냈다. 쓰다 보니 남준이에게 더 주저리 했다. 지민이 무대는 너무 황홀해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 요즘은 점점 호석이랑 진이 더 좋아진다.
습관적으로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지만, 종종 댓글을 남기고 글을 쓰고 편지를 쓰고 싶은데 글을 써서 보낸다. 굿즈는 거의 사지 않는다. 잘생긴 얼굴은 당연히 좋지만, 얼굴보다는 그들의 행동, 말, 무대-움직임을 보는 게 더 좋다. 외모는 그들이 타고난 것이지만, 내면은 만들어진 것이니 그 내면에 감탄하는 순간들 Burn the stage에서 받은 감동이라던가, 달방이나 본보야지에서 보여주는 사소하고도 사랑스러운 순간들에 마음이 자주 움직인다.
가까이 닿을 수 없는 사람들이란 한계가 명확하니, 적당한 만큼만 마음을 주자고 머리로 되뇐다.

안타깝지만 진심이라고 하여 모든 게 아름답지는 않다. 진심이 괴물의 얼굴로, 솔직함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는 순간도 많다. 진심을 꼬아서 보지 않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때론 운을 필요로 하고, 사람은 알고 보면 귀신보다 무섭고... 아무튼 올해는 조금 더 느린 속도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집중하고, 뜨겁지 않게 지켜보고 싶다.  앗, 요즘 뜨거운 팬심으로 좋은 뮤지션이 있다  선우정아! ‘life’ ‘fine’에 꽂혀서 무한 반복 으아아 아



세 번째 이야기: 대만여행에 대한 짧은 기록


[2019년 12월 27일 태북당대미술관 정문]


짧게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얼굴과 체형이 닮아서인지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껴지면서도 상당히 낯선 인상을 감지하기도 했다. 대만의 역사와 문화적 특징을 찾아보면서, 모르고 지나갔지만 자발적으로 접해 온 것들이 중국과 꽤 많이 친숙했음을 알았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과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서의 중화민국의 모습들이 아득하게 떠올랐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재밌게 보긴 했지만 주걸륜이 생각보다 더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 그것도 조금 놀라웠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싸움에서 국민당이 이겼다면 지금의 중국과 많이 달랐을까? 역사에서 만약에 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지금의 ‘홍콩’을 생각하면 막연한 가정법이라도 가능성으로 두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태북당대미술관 전시였다. 기후, 환경, 난민 문제부터 홍콩 시위 문제까지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불의 고리에 위치해있어 지진이, 바다 한가운데에 있어 태풍의 잦은 영향을 받는 지리적인 위치에 정치적인 패배로 모여 시작된 대만(중화민국),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쉽사리 건들 수 없는 경제력을 구축해낸 나라. 맛있는 것도 많았고, 거리도 깨끗했다. 심지어 성평등지수도 우리보다 높다.
겨울온천 가고 싶었는데 일본이어서 안 가고, 홍콩 가려다 위험할까 봐 결정한 대만 여행에서 내 안의 무지와 부끄러움을 다시금 보고 왔다. 다음 여행은 역사를 좀 더 공부하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알아야 보이는 것들, 맥락을 알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놓치는 건 아쉬운 일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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