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atfield under Thunderclouds
거실에 걸어둘 그림을 찾다가, 반 고흐의 그림 '뇌운 아래 밀밭'을 골랐다.
모사품이라도 제법 가격이 나가는 터라, 계속 보면서도 질리지 않을 구도와 색감을 고르다 보니 수평적인 구조로 자연의 색을 담아낸 그림을 고르게 되었다.
반 고흐의 그림은 선의 거침 안에 고독 혹은 철저한 자기와의 싸움 같은 것이 보여서 미술관에서 직접 봤을 때는
먹먹함에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었다. 뇌운 아래 밀밭은 그동안 봐온 반 고흐의 대표작과는 조금은 다른 인상이다. '삼나무 그림 시리즈'는 더 격렬하고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졌다면, '뇌운 아래 밀밭' 은 깊은 슬픔, 체념이 더 훨씬 깊게 다가온다. 실제로 그는 이 그림을 슬픔과 극도의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렸다고 한다. 다가오는 먹구름 아래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밀밭은 대립의 구조로 볼 수 도 있고, 거스를 수 없는 섭리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기로 하다.
행운은 알아채지도 못할 만큼 짧게 머물다 스쳐가고, 불행은 휘몰아치듯이 손 쓸 수 없이 몰려오곤 한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시간의 숨겨진 큰 덩어리는 상실과 외로움이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더 많다. 그 불편한 감정들마저 안아내는 명작을 만나는 것은 지나간 사람이 건네는 위로이자, 끝나지 않을 대화가 될 것이다.
이 슬프고 먹먹한 그림 안에서도, 원초적인 생동감에 압도되기도 한다.
사람이 지고 필 때도 자연은 늘 그곳에 머문다.
원칙이고 질서가 되는 자연 앞에 우리는 늘 작고 연약한 아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