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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샬뮈 Nov 11. 2019

11월의 팬레터   

지민으로부터 파생된 이야기인듯 나의 궤적에 대한 이야기 인듯 둘다 인듯


드리웠던 그림자를 털어버리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나는 내게 엄격한 사람이라서, 이루지 못한 일들과 잊혀진 목표들을 계속된 가을속에서 반추하면서

나를 의심했다. 나를 의심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스스로를 사랑해주는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라서.

만약 그 날 내가 나를 안아줬더라면, 아쉽게 계속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음악을,

춤을,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을,

어여쁜 낱말과 문장을,

식물들을,

맛있는 요리를,

위로하는 순간들을,

터지는 웃음과 눈물을 참지않고 토해내는,

  <2019 SIDance, ‘창신동’ 공연 중에 본 서울풍경>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찾아가고 있을 때


마음 속 깊숙하게 들어온 그 이름, 방탄소년단 지민

                                                                                                                                         


어제도 나의 꿈 속  Magic Shop에 찾아온 박지민

너무 귀여워서 혼을 빼서라도 다 뭔가 해주고싶은 박지민

무대에서는 섹시해서 침 흘리게 만드는 박지민


결혼을 해서 다행이다. 결혼을 안했으면 정신못차리고

박지민의 모든걸 알아내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남자로 만들겠다고 허튼소리하면서 덕질하고 있었을거야.

사랑과 망상의 경계 어디쯤에 있는 사각지대의 늪에 빠졌을지도.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는 키는 작지만, 잘 생겼고, 귀엽고, 뇌가 섹시한 남편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맙네.)  


성공한 덕후가 되어서 지민이랑 같이 일하면 좋겠다.

내가 아는 맛집 다 데려가고,

지민이한테 춤도 배우고

만화방도 같이 가고

친구처럼 뭐든 다 하고 놀고싶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 지구에는 셀 수 없이 많겠지.

동지애를 느낀다. 미움은 죄가 될 수 있어도 사랑은 죄가 될 수 없지, 아무렴.


내가 요즘 유일하게 의심하지 않는 것, 박지민에 대한 애정..........

가끔 연예인에게 이 무슨 되도 않는 연정인가 자기검열이 끼어들지 않는것은 아닌데

생각보다 훨씬 더 애정이 식지않고 점점 더 시나브로 커져가고 있음에

다른 생의 의지가 생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서

반드시 내 언젠가 밥 한번 먹는다. 지민님 기다려주세요.


고등학교때는 좋아하는 오빠랑 같은 학교 다니고 싶어서 공부를 해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그 오빠는 연대, 나는 고대...그 오빠는 잘 살고 계시려나)

아직 늦지 않았다. 내 남은 생의 목표는 방탄소년단 섭외하고 박지민님을 만날 수 있는

영역으로의 확장이다. 이제 디테일을 총명하게 채우도록 하겠어. 꿈은 이루어지리니


*올해 들어 가장 기뻤던 날 : 방탄소년단 콘서트 티켓팅 성공한 날 (9/25)

  올해 들어 가장 설렜던 날:  방탄소년단 콘서트 당일 (10/29)

 <2019 BTS Speak Yourself 10월 29일 공연>


이 정도면 나도 찐팬이라고 해도 되는 경지 같........

 

더 멋드러진 유려한 편지를 써서 지민에게 보내주고 싶은데, 발만 동동 구르고 문장은 안떠오른다.

이렇다니까, 정말 너무 좋으면 말은 많이 필요없는데 보여줄 방법이 없잖아ㅠㅠ


이런 기분이 처음은 아니었다.

내가 더 좋아해서 매달렸던 연애 비스무리한 것들은 그래서 다 망했어.

그냥 좀 더 느긋하게 기다리면 으례 이어질 인연이면 되고 아님 마는 것을

그것을 그렇게 느긋하게 두고볼 수 없어서 (지금 하면 좀 여유있게 잘 할거 같은데

이제 하는 연애는 법의 심판을 받게될지니....헉)


팬질은 언뜻 연애의 감정을 동반하기도 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깨달음이 잦은 일방적인 마음이라

널뛰기 하듯이 다양한 감정들이 쌍곡선을 그리면서 오르락 내리락.


사랑이 뭘까 요즘은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는데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게 하는 힘도 하나의 모습일 거 같고,

오늘 만난 고마운 사람의 빌려온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있는것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없는데 주고싶은게 가득이라 발을 동동구르게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쩐지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없는데 주고 싶은게 가득이라 발을 동동구르는 지금보다 더 젊었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그런 애타는 사랑을 해봤냐고 하면, 아마 아직 내게 그런 사랑은 없었다.

다만 애타게 아름다운 사랑을 받아봤으니 할 수 있는 마음의 방 하나 정도는 숨겨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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