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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샬뮈 May 30. 2019

5월의 어둠

어두웠던 어느 날

나는 얼마나 불안정하고, 위선과 위악을 행하고, 그러면서도 그 모든 불행의 감정들에서 운 좋게 빗겨 나 수많은 따듯함 속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언제나 확인받고 싶어 하며, 행운과 좋은 기회들 앞에서 구태어 보태지 않아도 될 어둠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삶의 한 발짝 앞에 놓여있는 죽음에 너무 쉽게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자신을 싫어하는 동시에 가장 긍휼히 여기는 불가항력적인 마음은 거의 매일이 전쟁터에 가깝다.

오빠를, 그동안 만나왔던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 마주 보고 잠들 때의 안도감, 주고받는 눈빛들, 담백한 대화.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 수도 없이 외치고 싶은 마음과 ‘ 왜’ 그러한지 언어로 설명할 필요 없이 공기로 다가오는 뜨거운 입김을 나는 분명하게 마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밤 잠든 오빠의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면서 이 사람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이것은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한다. 다음날 아침에 그는 웅크린 채로 이불 안에서 잠들어있고 그렇게 다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그가 나로 인해 불안하거나, 상처 받거나 하는 일들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진심으로 그러했고, 그 사실 때문에 너무도 불편해 날 선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되돌려질 수 없는 말들이고, 되찾을 수 없는 이전의 상태이다. (나 또한, 오빠가 의도하지 않았을 그 날이 그러했듯이-) 끝까지 숨기고 싶은 못된 마음이 있다. 날 것으로 긁힌 듯,  내 마음 같지 않게 타인에게 생채기를 내는 못된 심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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