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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샬뮈 Apr 30. 2019

어쨌든 뭐라도 써보는 일


  


첫 번째 이야기 


4월에는 제주도에 이른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20대에 여러 번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었지만, 제주 역사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었음을 깨달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몇 해 전 영화 '지슬'을 보았고, 4.3을 노래한 앨범 '산 들 바다의 노래'를  듣고 나서야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그 무서웠던 세월을 오롯하게 간직하고 있는 현장을 두 발로 직접 디딘 후에야 서슬 퍼런 마음을 알았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건의 현장에서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70년이 흐르는 동안

자연은 말이 없이 불태워진 땅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고 그 끈질긴 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위를 뚫고 자라는 나무들이 있는 '곶자왈'과 격납고와 학살터가 공존하는 '섯알오름'-격납고 사이사이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래도 계속되는 삶에 서글픈 마음마저 드는 풍경이었습니다-그리고 피로 물들었었던 '정방폭포'의 처연한 장대함도 기억에 오래 남을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올해는 아이를 만들어보자는 잠정적인 합의를 짝꿍과 한 뒤, 의도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마음은 계속해서, 없이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냥 나로서 뭔가 조금씩 이루어가는 시간을 바라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해낼 수 있는 일일까 되묻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나서 임신 자체에 대한 공포나 걱정은 그런대로 아물었는데,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을 보면 그저 다 초인같이 보이고 도망가고 싶어 집니다. 

다른 종류의 기쁨과 고통이 올 테고, 그 일은 해보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겠죠. 주 5회 운동으로도 쉬이 향상되지 않는 체력과 아직도 더 격렬하게 게으르고 싶다는 욕망은 떨쳐내기가 어렵습니다. 아이 키우는 이 세상 엄마들 모두 존경합니다. 누구도 상 주지 않지만, 최고로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저는 제가 뭘 원하는지를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매일 되새기는 말이 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문인데,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게 해 주시고 제가 할 수 없는 것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바로 잡을 수 있는 실수를 했다면, 자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스스로를 조금은 편하게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새로 시작할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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