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샬뮈 Jul 08. 2024

낯설게 이어지기

h0m0haus 방문기


어쩌다 보니 작년부터 올해까지, 세 개의 각기 다른 해외 예술축제에 다녀왔습니다. <Fira taregga 2023>, <Macau City Fringe Feastival 2024> 그리고 <h0m0haus 2024>까지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공연예술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숙제를 한가득 안고 돌아오곤 합니다. 인간이라는 보편성과 문화의 특수성이 예술에 투영되는 여러 방식이 늘 흥미롭고, 왜 우리는 이렇게 같으면서 다를지 궁금해져요. '다름'을 알고 공정하게 혹은 다정하게 이해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늘 공연을 보고 나면, 무대장치부터 주인공의 표정과 대사까지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극 <Forgive Me For I Have Sinned>를 보고 나서는 쉽게 말문을 떼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정말 아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했습니다. 공연은 무슬림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가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직접 발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저는 이슬람교를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종교로만 해석하고 있었고, 본인의 주체성을 억압하는 알라신에 대한 주인공의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참을 헤아리려 했습니다. 이는 두 가지 지점에서 큰 실수였습니다. 첫째, 이슬람 종교의 문화적 바탕과 교리를 다 이해하지 못한 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고 둘째, 믿음은 지성과 이성을 뛰어넘는 개인의 영역이므로 이해하려는 접근이 온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진_샬뮈





저는 '교차성'이라는 용어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낯선 것들을 잇는 데에는 부단한 힘을 들여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민의 실마리를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저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명확히 느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우리는 사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각자의 이해의 틀이 있고, 자기가 알고 경험한 것을 넘어서기 힘듭니다.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타인의 삶을 투영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 예술가의 특징이기도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예술은 타인과 타인을 이어주기도 하죠. 이 귀중한 공연을 통해 종교가 없고, 대부분의 삶을 한국에서 살아오며 이슬람 문화를 거의 접하지 못했고, 트랜스 젠더에 무지했던 저에게도 새로운 교차지점이 희미하게 생겼습니다.  <Forgive Me For I Have Sinned> 뿐 아니라 h0m0haus에서의 모든 경험이 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되었어요. 

















 고백하자면, 저는 스스로가  '다름'을 제법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h0m0haus 2024>에서 느꼈던 감정과 질문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퀴어'는 명확한 경계로 알 수 없으며, 사람마다 다르게 겪는 생에 주기 안에서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가 변해가는 모양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성적인 성질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맥락을 포함한 것이기에  제대로 알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런 특징을 고려한다면 더 자세히 '알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더 '바라보고' 발견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다름'을 바라보고 교차지점을 잇는 과정이 국제 교류로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멋진 무형의 자산이 되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겨둔 문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