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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랜차이즈 식당은 안 갈래

흑백요리사 식당 경험하기

by Papersync

사람들의 가치관은 대화를 통해서 알 수도 있지만 행동을 통해서 유추해 볼 수도 있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식당을 고르는 점이다.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일정 수준 보장된 맛을 원한다. 그래서 식당을 고를 때 어려움이 많다. 검색을 통해 후기와 평점을 종합하여 어떤 식당을 갈지 결정한다. 이러한 행위도 모두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은 내가 가본 적은 있는 곳, 혹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한다. 프랜차이즈 식당을 굉장히 선호하는 이유는 정말 맛있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맛이 보장되고 일정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라는 사람은 안정적인 결정을 하는 것에 익숙하고 리스크를 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식당을 선택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용을 지불하고도 불만족스럽다면 그것을 무의식 중에서 선택에 대한 실패로 인지하는 것 같다. 내가 낸 비용에 대해 최소한 맛을 보장하는 음식만 선택한다면, 최선의 선택은 아니더라도 최악은 피할 수 있는 아주 안정적인 마인드이다. 이런면에서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음식 폭이 좁아지고 한정적으로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새로운 음식이 있는지 시장을 찾아보지도 않고 늘 가던 곳, 늘 먹던 프랜차이즈를 고집하게 될 것이다. 아마 이러한 성향은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해져서 늘 먹던 것만 먹고 새로운 것에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 보수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바뀌었다. 가격 지불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 실패일까?




고든램지 버거에서 트러플 파마산 프라이즈를 먹은 적이 있다. 회사 선배랑 회식으로 먹었는데, 내 입맛에 안 맞아서 이 돈 주고 이걸 왜 먹지라는 말을 했었다. 그때 선배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건 맛없는 게 아니라 네가 평소에 느끼지 못한 맛이라 낯선 거야. 새로운 경험 했다 생각해"


그때는 별 생각이 없이 흘려 들었다. 그러다 경험에 대한 가치를 재고하게 되었다. 새로운 음식점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는 설렘, 찾아보지 않더라도 새로운 곳에 가보고 새로운 것을 맛보려는 시도, 그 맛이 꼭 내가 좋아하거나 입에 맞지 않은 음식에 비용을 지불했다 하더라도 그게 실패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는 생각의 변화가 발생했다. 내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에 대한 낯선 느낌, 그리고 새로운 자극, 혹은 맛이 없어서 짜증을 내는 감정까지. 이런 것들도 경험이라 생각이 들면서 음식에 대한 나의 감정 및 만족도 그래프가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수용하게 되었다. 음식이 맛없더라도 괜찮고 불만마저도 경험과 감정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니 그간 20대부터 지금까지 먹던 것만 먹어오던 나 자신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음식이 존재한다. 그만큼 다양한 음식 경험을 통해 나의 미각과 나라는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프랜차이즈를 가지 않으려고 한다. 늘 가던 음식점도 피하려고 한다. 새로운 곳을 가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들을 잘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게 좋은 감정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감정이 될 수도 있다. 기록을 하면서 음식에 대한 나의 생각과 나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나라는 사람을 더 알아가는 시간을 알아가고자 한다. 지난번 글에서 썼듯이 재오픈할 '모수'에 꼭 갈 생각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이다. 비싼 음식을 먹으며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3스타를 받은 셰프, 그의 철학과 음식에 대한 퀄리티, 그리고 새로운 것을 먹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 지 경험을 사러 가고 싶다.


아마 그동안 내가 살아온 관성이 있기에 새로운 음식점을 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생각한다. 그래서 작은 개인만의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해볼까 한다. 최근 핫한 흑백 요리사의 음식점들이 리스트업 되고 있다. 해당 음식점만 가도 100개쯤 될 것 같은데 이 음식점들을 하나씩 가보는 것이 프랜차이즈를 끊어내는 나의 작은 프로젝트의 시작이 될 것 같다.


Netflix 흑백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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