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장 핫한 예능, '흑백 요리사'의 5화부터 7화까지 보았다.
1화부터 4화까지 보는 과정에서도 많은 느낀 점들이 있었지만, 이번에 5화부터 7화까지가 요즘 내가 가장 고민하는 '리더십'과 '팀원 간의 소통' 문제를 보여주는 과정이라 3인칭 관점에서 그저 재밌다로 끝나진 않았다.
보면서 느낀 것은 리더는 참 어렵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경력이 가장 길어서 리더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냥 맏형이라 리더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팀장을 뽑는 것이 의외였다. 팀장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 심사숙고하고 뽑았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리더가 갖춰야할 덕목이 느껴져서 분절화해보았다.
방향성과 소통
많이 대화를 나누고 실질적으로 그 업무를 진행하는 구성원, 팀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봐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생선 팀의 에드워드리님의 '너무 얇아서 굽기 어렵다, 개수가 150개라 맞지 않는다'라는 말에 대해 문제점을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듣고 끝은 아니다. 들었으면 이를 어떻게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우리의 전체적인 그림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합쳐진 결과물이 좋을지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거기서 리더가 '너 생각은 어떤데?'라고 물어보면 쉽지 않다. 물론 구성원이 미래의 리더감이라면 전체적인 그림까지 고려해서 '이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좁은 시야에서 본인의 생각이 전체 그림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Trust me 라고 외치던 최셰프님의 모습은 방향성을 명확하게 해준다.
설득력
최현석 셰프의 설득력이 돋보였다. '셰프보다 더 높은 것은 재료이다'라는 말로 같은 팀의 셰프들을 모두 설득하였고 심지어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시청자마저도 설득하였다. 만약 그런 멘트 없이 '저쪽이 못쓰도록 우리 재료 다 가져가요' 이런 식으로 발언을 하였다면 수많은 안티가 생성되었을 것이고 구성원들도 '우리 경력이 있는데 이렇게 이기는 게 맞아?'라는 의구심이 들었을 수도 있다. 리더가 자신의 구성원들마저 설득하지 못한다면, 더 많은 심사위원들과 대중들을 설득하기 힘들기에 앞으로 진전되긴 어렵다. 그래서 합리적인 명분으로 팀을 모두 설득시키고 하나의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미움받을 용기
생선 재료의 백팀이 재료를 모두 가져가는 바람에 상대 팀의 심기가 좋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마 모든 사람이 알 것이다. 그때 최현석 셰프팀의 대파가 부족한 일이 생겼다. 부족한 재료로 할 수도 있었고, 메뉴를 변경하거나 다른 쪽으로 수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재료를 모두 가져간 팀에서 상대팀에게 가서 재료를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렵고 뻔뻔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최현석 셰프는 궂은일도 앞장서서 했다. 재료를 주지 않아도 계속 가서 달라고 했고 결국 팀원들에게 필요한 재료를 가져다주었다. 본인도 부끄러울 수 있었지만 본인이 구상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자신이 나섰다. 최현석 셰프를 바라보는 상대팀은 그가 미운 사람일지 몰라도 본인 팀원들에게 최셰프님은 최고였을 것이다. 팀원에게 '재료 없는데 어떻게 하지? 대안을 가져와. 그래야 내가 방향을 정하지'라고 하는 것은 리더가 아니다.
팀원을 지키는 태도
아쉬운 점은 불꽃남자님의 리더십이다. 우리 팀이 모두 일하고 있는데 자꾸 오는 최셰프님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못 주겠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요리 대회에 집중되도록 보호하는 역할이 리더의 역할이다. 불편하더라도, 경력이 높은 최셰프님랑 싸워서라도 재료와 팀원들을 지켜냈어야 했다. 최셰프님라는 리더는 본인 팀을 위해 부끄럽지만 와서 달라고 비는데 고고하고 여유롭게 그냥 주는 태도는 오히려 팀원들이 보기에 의지하기 어려운 리더라 생각될 것이다. 대파를 준 것 때문에 쪽파로 양념을 내는 중식여신의 마음이 어땠을까. 대파를 주더라도 본인 팀이 원하는 재료를 거래라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거래를 하더라도 가리비 10조각같은 흑수저팀에서 만드는 요리에 아무런 효력 없는 아이템이 아니라 꼭 필요한 걸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는 것은 결국 리더이기에 본인의 팀이 승리하기 위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거래할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베풀기
최셰프님은 인터뷰 때마다 이야기했다. '리더는 책임을 지는 자리이다. 어떻게든 이기겠다.' 하지만 이기고 나니 '팀원들 덕분에 이겼다.'라고 하였다. 이것이 리더들의 덕목이다. 자신이 방향을 잘 디렉션 해서 이겼다고 만족하고 자신의 성과에 취해서는 안 된다. 방향이 맞더라도 패배할 수 있고 방향이 잘못되었어도 이길 수 있는 것이 사회이다. 결과로 리더에 대한 평가는 늘 발생하지만, 본인만 잘했다고 하는 리더나 팀장과 오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본인의 방향에 대해 잘 따라준 팀원들에게 공을 돌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일을 잘한다고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갖춰야 한 덕목이 다르다는 것이다. 팀장이자 리더는 최고의 실력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구성원들이 최고의 실력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환경을 갖추고 방향을 지시해야 한다. 그런 팀의 방향을 명확하게 해주는 리더는 경력으로만 해서도 안되며 맏형이라고 해서도 안된다. 본인도 그릇이 작다면 리더를 하지 못하겠다고 손들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최현석 셰프님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았다. 경력 많은 백수저분들을 이끄는 리더로서 만약 패배한다면 본인의 명성과 평판뿐만 아니라 백수저분들의 팬들의 비판, 그리고 백수저분들에 대한 미안함 등 정말 많은 것이 걸려있는 대결이었다. 그런 비판과 팀원 전체를 탈락 위기로 몰아냈다는 생각이 멘탈적으로 다 받아내기에는 정말 그릇이 크지 않은 이상 힘들 것이다. 하지만 또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리더이기도 하다. 요즘에 정말 보기 드문 리더였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결국, 개인이 하는 성과보다 팀으로 했을 때 더 큰 성과를 낸다.
그래서 팀은 위대하다.
*리더의 역할에 대해 생각이 필요하시다면 '침팬지 폴리틱스' 라는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