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회사 선배가 함께 나가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비흡연자이지만 선배랑 이야기할 겸 따라 나갔다. 특별히 할 말이 있어서 나를 부른 것도 아니고 혼자 나가기엔 심심해서 부른 것 같았다. 걸어가면서부터 선배의 생각을 들었다.
"잘 살고 싶은 사람의 욕망이나 마음을 나쁘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인정하고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을 시스템이나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욕망 자체를 나쁘다 하는 것은 위선적이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지 싶었다. 그래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고 하며 그에게 질문을 했다.
"사람들은 그 제도 안에서 가장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방향을 자꾸 수정하도록 움직여. 그래서 그때는 틀렸다 하더라도 지금은 맞는다고 옹호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야. 제도나 시스템이 변하면 사람의 생각도 변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시스템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해. 그게 사회가 돌아가는 법이든 회사가 돌아가는 회사 내부 규정이든지.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어있어. 그걸 나쁘다고 할 필요 없다는 말이야.
이번에 전세 2년 연장 계약을 했는데, 2년 안으로는 이제는 집을 마련하려고 공부하고 임장 다니고 있어. 공부하다 보니 세금 제도가 복잡하면서도 다주택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방향이야. 그래서 모두 똘똘한 한 채로 몰리게 되고 우리 같은 신규 진입자들은 더 오를까 두려워서 또 뛰어들고 무한 반복이지. 왜 올라가는지 다 어느 정도 로직이 존재해. 무작정 '가즈아'하기에는 주택은 너무 비싸거든. 사람들은 생각보다 바보가 아니야. 물론 탐욕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움직인단 말이지.
그런 면에서 한국 주식 시장의 금투세 도입이나 이런 것만 봐도 결국 돈이 흘러갈 곳이 부동산뿐이고 그중에서도 서울뿐이야. 국가 전체가 원하는 건 아파트 가격 폭락이 아니라,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오르는 것을 원하지 절대 급락을 바라지 않을 거야. 그건 정치인 뿐만 아니라 지금 아파트를 갖고 있는 어른들도 모두 똑같은 관점일거야.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니까 다들 믿고 사는 거야. '급락하면 살려주는구나', '이제라도 안 타면 더 비싸게 사겠구나', '늦은 사람이 바보 된다'
아파트는 더군다나 화폐의 가치를 하기에 완벽해. 어느 정도 정해진 평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과거 물물교환에서 화폐가 만들어지듯, 화폐에서 자산의 형태로 가장 규격화가 잘 된 것이 한국의 아파트란 말이야. 그러면서도 담보가 잘되고 레버리지가 잘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지.
좋은 집에 살고 좋은 동네에 살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 곳에 살고 교통이 좋은데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야. 그걸 투기꾼이나 영끌족이나 나쁘게 말하기보다는 대안이 필요해. 다른 지역도 똑같이 오른다거나 다른 지역도 충분히 살만하다던가. 그런 것을 제시하지 못하고 계속 집 사는 사람들을 나쁘게 보고 규제를 만드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난 요즘 부동산 공부가 제일 재밌더라. 다른 건 다 재미없어. 결국 다 잘 살고자 하는 건데, 내가 회사에서 아무리 잘해도 적당히 하는 사람들과 큰 격차가 안 생긴다면 더 격차가 생길 수 있는 부동산 공부나 재테크 쪽에 더 집중하려고. 회사는 내 투자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는 정도로 생각해야겠어."
1시간 넘게 이야기하다 보니 한국의 집값과 서울, 비서울의 격차, 주식과 금투세, 회사의 연봉 상승과 성과금 제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선배는 이야기하며 비판하였고 그 결과적으로 본인이 택한 방법은 부동산 투자였다는 것이었다.
선배를 욕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집을 사려고 보니, 그게 눈에 들어와서 이게 더 크게 보이겠거니 생각한다. 이 사람을 알고 지낸지 벌써 5년째다. 전 직장에서도 일을 잘 했었고 굉장히 유능해서 이직하면서도 처우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2년 전만 하더라도 정말 열심히 했었고 고속 승진했던 사람이다. 몇 안 되는 내가 회사에서 본받고 싶은 기술적으로 훌륭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도 팀장님과의 지속적인 마찰이 존재하였고 갈수록 회사에 열정을 쏟았을 때 리턴이 작다고 느꼈던 것 같다.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해서 세금을 줄이는 방향과 향후 모아둔 자금을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생각을 해보는 것이 '잘 사는' 관점에서는 유리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회사에서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는 것과 회사를 나와서 잘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니까. 보통의 사람들도 아마 의식주가 해결된다면, 회사 일은 단순히 월급의 개념이 아니라 나의 자아실현 관점에서 열심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나의 자아실현보다 중요한 것은 금전적인 문제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싶었다. 단기적으로 '개인'의 관점에서는 가장 유리한 방향은 맞다. 국가 전체나 미래를 봐서는 옳은 것일지는 모르겠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성과가 커지고 자본이 회사로 투자되어 벤처기업과 혁신이 계속 생겨나고 더 많은 일자리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회사가 생기는 것이 현재 유럽의 몰락 같은 사태를 막기에 모두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건 리더들이다. 리더십의 부재인 현재에서 각자 도생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면 단기적으로라도 나에게 최선인 방법들을 모두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주식도 모두 뛰어들 때가 늘 고점이었는데, 현재가 고점일까. 사야 하나? 지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