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요리에 관심이 없어서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뿐이다.
입맛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서 맛있는 식당을 다니지도 않았다. 오히려 늘 먹던 식당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꼭 하고 싶은 일이 11월 재오픈을 준비하는 '모수'라는 식당 가는 것으로 만들어준 남자가 생겼다.
최근 가장 화제의 넷플릭스 작품인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안성재 셰프이다.
평소 예능, 넷플릭스를 잘 안 보던 사람인 내가 한 번에 4편을 몰아볼 정도로 웰메이드 요리 프로그램이다.
함께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백종원 선생님은 너무나도 잘 알지만, 안성재 셰프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찾아보고 과거 인터뷰도 찾아보게 되었다.
한국의 유일한 미슐랭 3 스타, 한국에서 가장 비싼 파인 다이닝 셰프오너.
지금 한국 최고의 요리사이기 때문에 그의 말 한마디에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정비사를 하려다가 요리사가 되었고 불과 몇 년 전 영상만 봐도 최현석 셰프에게 평가받던 사람이 어느덧 한국 최고의 요리사가 되어 모두의 의견을 침묵하게 할 사람까지 발전했다. 유명 일본 가게에서 무보수로 일을 하며 돈보다 실력을 쌓았고 그런 실력이 바탕이 되어 미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된 그 사람의 스토리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이것저것 찾아보고 인터뷰를 보면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벌써 회사를 다닌 지 5년이 되었는데, 나는 어떤 사람일까 돌이켜보았다.
정말 잘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 와중에서도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었다. 그리고 나는 차근차근 발전해 가면서 과거 대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열정이 식었고 그렇게 열심히 해야 할지 조금 방향성도 잃은 상태였다. 잘한다는 것도 사실 객관적인 기준이 없으니 애매한 부분도 있다고 타협하며 적당히 하려는 사람으로 많이 변질되고 있던 요 근래였다. 돈 잘 벌어서 투자 잘하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서 여유 즐기고 내 업에 대해 조금은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이렇게 점차 나는 나의 업에 대해 흥미를 잃어가며 스스로가 세웠던 원칙과 약속, 그리고 뚜렷한 목표가 무너지고 있던 찰나에 되고 싶었던 '모습'을 갖춘 남자였다.
모두 인정하는 실력, 실력에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확신, 그리고 거만하지 않은 태도.
명확한 자기 원칙, 애매하지 않은 언어 구사,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가 되고 싶었던 포인트를 모두 갖춘 사람이었다.
안성재 셰프는 단순한 요리사는 아니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레스토랑 서빙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직원들에게 발레를 배우라고 했다는 그의 디테일을 들어보면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그리고 음식, 그 안에 녹아든 정성과 철학을 느끼기 위해 재오픈을 준비하는 '모수'에 꼭 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