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진 Jun 17. 2021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얼마나 큰지

부치지 않을 편지

요즘 나는 커다란 대관람차 안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땅을 딛고 걸을 때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지만 보이는 곳으로 갈 수는 없지. 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기도 전에 한 자리에 앉아 빙글빙글 돌며 보이는 풍경에 순응해버려. 저 멀리를 바라보다 다시 땅에 가깝게 내려오면, 조금의 안도감과 함께 여기가 내 자리라는 일종의 포기랄까, 그렇게 씁쓸한 마음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는 시간.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얼굴도 보지 못한 하루와 헤어져.

너를 생각하는 '내'가 생각난 건 며칠 전 보았던 드라마 때문이었는데, 쉽게 말하면 그 드라마가 고등학생 시절 주인공들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라서였어.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다가가고, 고백하고, 마침내 만나기 시작해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매번 느끼게 하지.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알고 있었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타임 슬립을 해 십 년이 넘은 세월을 지나 지금으로 온 거야. 모든 줄거리를 얘기하진 않을게. 단지 '너는 나의 운명이야'라는 확신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나에게 운명이라는 말을 꺼냈던 네가 떠오른 거야.

물론 너는 그 뒤로도 많은 사람에게 운명이나 영원 같은 말들을 반복했을 수도 있지. 아님 '영원히' 그 말을 믿게 되지 않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그때 그 말을 써준 것에 대해 고마워.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망설였거든. 운명이고 사랑이고 하는 것들에 대해. 그땐 애써서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늘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 동그라미가 아니라 세모, 네모이기도 하고 그게 뒤죽박죽 섞여버린 모양 같기도 하다고.

헤어진   년이 지나 너는 연락을  왔지.  지내느냐고. 뒤이어 장문의 MMS 문자가 왔어. 그때 나는 다른 나라에 있어서  문장들을 다운로드할  없었어.    한국으로 돌아왔을  이미  문자의 다운로드 기한이 지나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연락하지 않았지. 가끔  이야기가 뭐였을지 궁금해.

나는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몰랐고, 여전히 몰라. 그건 너만이   있겠지. 지금보다 모르는 것이 많았고, 몰라도 두려울  없던 그때가 난데없이 떠올라 이렇게 말이 길어져 버렸네. 지금 너의 사랑의 모양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나는 네가  사랑 안에서  지내길 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