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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중국인 회장)에게 조언

경영자여, 사람에 대한 정보를 선별하십시오.

by 파포


리동(李董, 성이 이 씨인 동사장(회장)을 줄여서 李董이라고 부른다)은 현재 나의 보스로, 나이는 나와 같은 40대 초중반의 중국인 여성이다.


최근의 일련의 상황들 속에서 최고 경영자인 리동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여 본다.


(Chat gpt가 그려줌)


1. 동사장님(회장님), 지금도 경영을 너무 잘하고 계십니다. 경영을 하신 지 오래되시지 않았는데, 마치 아주 오랫동안 경영을 해오신 것처럼 탁월하게 잘 운영하고 계십니다. 정말 타고난 경영자이십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듣고 싶어 한다.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다만, 지금부터 제가 드리려고 하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더 잘하실 수 있도록 참고하십사 드리는 말씀입니다.
(Top에게 조언을 하는 것은 참으로 조심스럽다)

3. 동사장님(회장님) 께서는 회사의 최고 경영권자로 사업운영을 위하여 많은 정보가 필요하신 것으로 압니다. 그중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하여도 회사의 핵심 인물들의 동향에 대해, 그들의 강점과 부족한 점, 회사에 대한 태도 및 유관부서와의 협력, 고객사 및 구매상으로부터의 평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들이 잘하고 있는지,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적합한 인재인지를 알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정보를 듣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4. 좋습니다. 많이 듣으십시오. 더 많이 들으셔야 합니다. 다만 듣는 경로를 다양하게 하여 다각도로 들으셔야 합니다.

5. 그리고 들은 내용에 대해 선별하셔야 됩니다. 들으신 내용이 critical 한 사안인지, 아니면 단순히 ‘이런 일도 있구나… 이 사람이 이런 면이 있구나…‘ 정도로 단순히 참고만 하면 되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내용인지를 선별하셔야 됩니다.

6. 중요한 정보에 대하여는 신속하게 정황을 파악해 보셔야 합니다. 자세히 파악하기 전에 들은 정보가 모두 진실이라고 믿으셔서는 안 됩니다. 물론 순도 높은 진실도 있을 것이나, 진실과 거짓이 적절히 섞인 정보로 진실보다는 거짓이 하이라이트 되도록 조합된 정보도 있을 것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처럼, 사실 확인 이전에 누군가를 잘못된 사람으로 낙인찍으시면 안 됩니다.

7. 어느 정도 파악을 한 이후에, 정보가 사실이고, 심각한 내용이라면, 당사자와 빠른 소통이 필요합니다. 소명기회를 부여해서 오해로 인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혹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의도성이 없고, 개선이 가능한 사안이라면, 즉시 개선을 요청하셔야 합니다. 만일 의도성이 있는 심각한 귀책이고, 개선 가능성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의사결정 해야 합니다.

8. 동사장님(회장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도 잘하고 계십니다. 회장님의 레벨에서 사람에 대한 판단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노파심에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Top에게 조언을 하는 것은 참으로 조심스럽다)


1. 자기의 결점을 외부자의 시각으로 보려는 시도


눈은 내 몸에 붙어 있기에 사람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그래서 때론 외부자가 나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 타인을 관찰하며 잘 안다고 생각하듯이… 누군가 최근 가장 교류가 많은 인물을 한 명 떠올려 보라. 그리고 그 사람의 특성을, 특히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라. 아마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다 좋은데, 이것만 조금 바꾸면 더 좋을 텐데…’


(시각과 관련한 예전 나의 글 : 성찰)

https://brunch.co.kr/@paphorist/41


이제 시점을 옮겨보자. 최근 나와 교류가 가장 많은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 사람에게 질문해 보자. 나의 경우는 중국인 부하직원 서휘(徐辉)이다. “서휘야, 내가 한 가지 질문을 할게, 나를 위해서 조언을 좀 해줘. 네가 보기에 내가 잘못하고 있다거나, 이렇게 하면 더 좋을 텐데… 싶은 부분이 있어?”

(서휘는 쉽사리 답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들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들만 제공한다. 가령, ‘피아오종(朴总, 그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다)은 중국어를 잘하는데, 그래도 가끔 이런이런 내용은 내가 못 알아들을 때가 있어’ 등등. 그 이유는 중국이나 한국 모두 negative feedback을 회피하는 문화적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단점을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꼭꼭 싸매인 옷이 벗겨지고, 민낯이 드러나는 일이며, 불쾌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타인으로 부터 나의 단점을 듣는다면, 회피와 부정, 그리고 타인의 단점을 찾아 역공하는 ‘자기 방어기제’가 먼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단점을 듣는 그 일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의 개선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한다면? 마치 돈과 시간을 들여서 종합검진을 하는 것처럼, 불편하지만 유익한 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리동은 잘하고 있다. 가끔 업무 보고 후에 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의견을 묻는다. “내가 경영을 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혹시 지금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있나요?” 이러한 질문을 두 번 받은 적 있는데, 처음에는 침묵과 잘하고 계시다는 피드백만 드렸었고, 그다음에는 “회의하실 때 말씀이 너무 빠르세요. 특히 흥분하실 때 말의 스피드는 너무 빨라서, 다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통역인원도 내용을 절반밖에 전달 못하죠” 정도의 본인이 이미 알고 있어서 쉽게 수긍할 만한 마이너한 내용만 말씀드렸다. (나도 서휘와 같이 negative feedback을 회피하는 문화에서 자랐다…)


다음번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위에 쓴 글과 같은 진솔한 조언을 해봐야겠다.



2. 인간의 심리 : 지속적인 사람 관찰


중국어로 싼빠(三八)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하여 뒤에서 이러쿵 저렇쿵 이야기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싼빠에서 루머도 만들어지고, 전달된다. 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한국어로 치자면 ‘뒷담화’ 정도가 될 것이다.


사람,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는 화젯거리이다. 아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 간에 주고받는 이야기 중에 상당 부분이 제삼자에 대한 이야기 일 것이다.


경영자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Reference Check는 입사 이전만이 아닌 입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꼭 경영자의 의지에 의해서 뿐만이 아니다. 경영자가 원치 않더라도 사람의 동향에 대한 정보는 경영자의 귀에 지속 전달된다. “회장님, 그거 아세요? 글쎄 A가 최근에…” 때론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정치적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정보들도 전달된다.


경영자가 People Decision을 위하여 Reference Check를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 맞다. 그러나 잘못하면 배경조사를 당하는 사람들은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과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감시받는 느낌은 결국, 인정과 신뢰를 희석시키고,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의욕적이고 도전적으로 일하지 못하고, ‘사고만 치지 말자. 뒷말이 안 나오게 처신하자.’라는 마인드로 일하게 만든다.


3 오너십과 서번트십


경영학에 ‘대리인 이론’이 있다. 주주와 전문경영인 간의 이해관계 충돌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분석하는 경영학 이론이다.


대리인은 주인이 아니다. 따라서 주인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수도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성과연동보상제, 정기적인 정보공개 의무화 등 제도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다.


다만, 주인은 경영자가 주인정신(오너십)을 가지고 자기 사업처럼 일해주기를 원한다. 이는 제도적인 해결책을 뛰어넘는 영역이다. 제도적인 해결책을 강조하고, 감시할수록 경영자는 ‘아, 내가 주인이 아니구나, 나는 대리인에 불과하지.’라는 자기 인식을 하게 된다. 물론 정해진 제도적 틀 내에서 성과를 창출하도록 유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주인정신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중국어에 “用人不疑, 疑人不用”이라는 말이 있다. 해석하자면 ”쓰는 사람을 의심하지 말고, 의심되는 사람은 쓰지 말라.“라는 말이다.


주인은 하인들이 주인정신을 가지기 원한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의심하고, 감시하고, 통제한다.

그런 모순점은 항상 있다.


주인은 의심하고 감시하고,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주인의식을 가진 하인을 원한다. 그러나 그런 하인이 과연 있을까? 그리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본인이 아닌 이상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요직에는 믿을 수 있는 친인척을 중용하게 된다. 물론 친인척도 100% 믿을 수는 없다.


결국 오너가 직접 경영하거나 패밀리가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주인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경영인을 두는 이유는 그 전문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리인에게 주인의식을 기대하기보다는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계약관계를 체결하고 이행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전문경영인을 포함한 회사의 구성원은 모두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우리는 계약관계로 회사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대가로 급여를 지급받는 고용자일 뿐이다. 따라서 ‘회사의 주인이라는 의식’은 가질 수가 없다.


회사의 주인은 될 수 없지만, 내가 맡은 업무, 나는 나의 ‘일의 주인’은 될 수 있다. 내가 맡은 그 일만큼은 내가 주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생각하기에 최적의 방법으로 일하여 탄생하는 결과물, 그 Output의 주인은 나다.


4. 외국 회사에서 일하는 어려움


외국(중국) 회사에서 일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하여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이는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 편에 남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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