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 외국(중국)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제안 받은 분
- 외국(중국) 회사에서 일하고 계신 분
우선 필자는 중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였었고,
본사에서는 주재원을 지원하는 업무도 하였으며,
지금은 중국회사에서 인사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외국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미국인 미국 법인장 스토리
한국 대기업에서 Global HR 업무를 하며, ‘현지화’에 대한 논의를 많이 하였었다. 초기에는 주재원들이 리더로 파견되어 조직을 Setting 하더라도, 결국에는 현지인 리더를 세우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낫다는 이야기… 그 여러 가지에는 문화적 측면, 인원관리 측면, 대관업무 측면 등이 들어간다.
중간리더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현지사원으로 전환되지만, 법인/공장의 헤드를 현지인으로 대체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본사와의 소통 때문이다. 이는 현지리더가 한국어를 못해서 혹은 영어를 못해서의 문제도 있지만, ‘한국본사가 준비되지 않아서’인 경우가 더 많다. 이는 언어의 문제도 있지만, 문화적 측면도 있다. 한국에 비해서 서구기업들은 현지헤드를 세우는 경우가 더 많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법인보다는 미국법인의 헤드를 현지화하는 것이 더 쉽다. 이는 영어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탓이 크지만, 내심 중국인은 낮게 보고, 미국인은 높게 보는 한국인의 중국인/미국인에 대한 인식 차이도 작용한다.
이야기가 다소 길어졌다.
예전 미국 법인에서 법인장을 현지사원으로 전환했던 경우가 몇몇 있다. 그중 내가 직접 경험한 것만 2명의 미국 법인장은 선임된지 얼마 되지 않아 Out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그들은 회사의 CEO에게 불만 가득한 Letter를 보냈었고, 또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그들이 보낸 Letter들과 공소장들은 Global HR 업무를 하는 나에게 전달되어, 요약정리 되었고, 원인분석과 대응이라는 일련의 업무로 이어졌었다.
“내가 법인장인데,
왜 나는 모르고 쟤(주재원)은 알고 있는 거야?”
“내가 법인장인데,
왜 사업부장은 내가 아닌 쟤(주재원)한테 업무보고를 시키는 거야?“
”내가 법인장인데,
왜 본사에서는 내 말보다 쟤(주재원) 말을 더 믿는거야?“
당시 미국인 현지 법인장들의 호소들을 아직 기억한다.
2.
지금 나의 상황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중국 회사로, 중국인 오너 밑으로 주요 부서 리더들이 대부분 한국인이다.
배경은 해당산업이 일본,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며, 중국회사에서 한국의 생산라인을 비싼 돈을 주고 인수하여, 신규 회사를 설립하였고, 생산라인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인수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 사업인수는 하였으나, 생산라인 이전과 제품양산 안정화까지의 약 3~5년 이상의 시간을 한국기술과 한국인력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통 사업을 인수하면, 인원들도 같이 이전된다. 이는 인수한 회사, 피인수 회사, 근로자 모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결과이다. 매입한 회사는 사업운영을 위하여 경험 있는 직원이 필요하고, 매각한 회사는 사업이 없으니, 직원들이 나가주길 원한다(물론 유능하고 필요한 인재는 인수 전에 미리 다른 부서로 배치하기도 한다.) 또한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가진 기술을 가지고 해온 일을 하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
다만, 이번의 케이스는 외국회사에서 인수하였으며, 더욱이 근무지를 외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측면이 더해지며, 상황이 매우 복잡해졌다. 만일 그 외국이 중국이 아니라, 서구권이었으면, 문제는 더 심플했을지도 모른다. 생전 한국의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사업이 팔렸으니, 퇴사하고, 중국에 가서 중국회사로 입사하세요.”라고 말한다면, 몇 명이나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라고 하겠는가?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삼자 간의 계약’이라는 상황이 발생했다. 3년간 삼자(두 회사, 근로자)가 계약을 맺고, 원래 한국 회사의 근로계약은 유지한 상태에서, 3년간 중국회사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것, 그리고 3년 후에 복귀 혹은 잔류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수십여 명의 한국인 직원들이 중국회사에 리더 및 실무진으로 근무해야 하는 상황, 그러다 보니 중국 주재원 경험을 가진 HR인 나에게도 제안이 왔다. 그래서, 나도 3년간 중국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며, 아직 큰 규모의 회사는아니지만 HR헤드가 되었다. 더구나 아직 CEO가 공석인 상황에서, 바로 위에 오너인 회장님을 모시게 된 상황…
3.
중국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이야기
(지금 나와 동료들의 이야기)
일년여 간을 중국회사에서 일하며,
요즘 새삼 예전 미국인 법인장들(보다 정확하게는 그들의 말)이 떠오른다. 그들의 호소가 떠오른다.
”내가 리더인데,
왜 나는 모르고, 쟤(중국인)는 알고 있는거야?“
”내가 리더인데,
왜 회장님은 쟤(중국인)에게 직접 일을 시키지?“
”내가 리더인데,
왜 내 말보다 쟤(중국인) 말을 더 믿는 거야? “
외국회사에서 회사에서 일하는 어려움.
그것은 예전 미국인 법인장들의 호소이자,
지금 나와 동료들의 호소이다.
요약하자면,
1) 중요한 정보가 잘 공유되지 않는다.
2) 때론 업무에서 passing 된다.
3) 깊은 신뢰관계가 없다.
이 중에서 특히 신뢰의 문제가 가장 어렵다.
마치 ‘도마 위 생선’ 같은 느낌을 종종 가지게 된다. 나에 대해 레퍼런스체크 하는 걸 건너 듣게 된다. 그리고 그 내용의 잘못된 내용을 엉뚱한 상대한테 해명하게 된다.
4) 가성비로 계속 평가된다.
마치 내 머리 위에 가격표가 붙어 있는 느낌, 중국인 인건비 ”곱하기 몇 배“라는 가격표가 머리 위에 떠 있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5) 왜 너네 끼리 노니?
외국인 노동자로서 타지에서 동병상련의 한국인들끼리 더 쉽게 어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런데도 참 말이 많이 나온다. “왜 한국인은 항상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죠? “
표면적으로는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
직접적인 챌린지는 한국의 경영자 보다 덜하다.
아무래도 외국인이니, 그들도 신경 쓰고 조심한다.
그러나 평온한 호수 밑에 소용돌이가 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갈등이 지속 이어진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한국인들은 결국 “토사구팽”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1) 가성비를 방어하자.
많이 받는 만큼 가치를 내자. 필요한 사람이 되자. 중국인 경영자의 입장에서 들어가는 비용인 Cost보다, 한국인을 고용해서 얻는 Outcome에 시선을 더 집중시킬 수 있도록 하자. 가치를 창출하자. 그리고 그 가치를 경제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결국 회사는 내가 필요해서 나에게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지불하는 비싼 돈보다 나의 필요성을 더 부각시키자. 급여가 한국보다 낮은 중국이지만, 급여의 편차는 한국보다 훨씬 크며, 높은 직급, 핵심 기술자 중국인들은 어마어마한 급여를 받는다.
2) 어필하자. 생색을 내자.
한국인들은 문화적으로 생색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자신에 대해 뽐내는 것을 경계하는 문화적 환경에서 자라왔으니… 그러나 중국인들은 어필을 많이 한다. 성과를 알기 쉽게 요약하고,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3) 내편을 많이 두자.
중국인 그리고 한국인 할거 없이 내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인은 비즈니스에서 백주를 주고받으며, 꽌시를 시작한다. 중국의 꽌시는 ‘人情, 인정’과 ‘利益, 이익‘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欠人情, 情을 빚진다‘, ‘还人情, 빚진 情을 갚는다’라는 표현처럼, 서로 맺은 꽌시에서 이익과 인정을 지속 주고받는다.
4) 적을 만들지 말자.
어쩌면 내 편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적을 만들지 않으려면, 내가 스스로 그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아야 한다. 피아식별. 내가 누군가를 적으로 인식하면, 그도 나를 적으로 인식한다. 만일 적이 생긴다면, 그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나를 공격할 것이다. 나를 대변하고 보호해 줄 내 편도 많지 않은 외국에서 적이 생긴다면 참으로 불편할 것이다.
5) 다른 길을 열어두자.
예전에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중국 우시라는 도시에, 蠡湖라는 평화로운 호수가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이 호수의 이름은 범려范蠡라는 인물에서 기인하였다.
범려范蠡는 ‘토사구팽(兔死狗烹)’이라는 단어를 쓴 사람이다. 오나라와 월나라의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롭다. ‘오월동주, 와신상담, 토사구팽’이 모두 범려와 관련이 있다. 오나라의 왕 부차와 월나라의 왕 구천의 이야기. 부차는 월나라와의 전쟁에서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와신(땔나무에서 잠을 잠)을 하였다. 마침내 전쟁에서 승리한 오나라 왕 부차는, 월나라 왕 구천과 그의 신하 범려를 포로로 사로잡는다. 후에 월나라 왕 구천은 범려와 함께 오나라를 탈출하고, 설욕을 갚기 위해, 10년간 상담(쓸개를 핥음)하며, 기회를 노리다가 마침내 오나라를 급습해 부차를 죽인다. 월나라 왕 구천의 승리에는 책사 범려와 문종의 공이 컸다. 그런데, 더 이상 전쟁이 필요 없게 된 상황에서, 범려는 구천이 ‘고생을 함께 나눌 수는 있어도, 공로를 나눌 수는 없는 인물‘이라며, 월나라를 떠나게 된다. 이때 문종에게 함께 떠날 것을 조언하며, 토사구팽(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이라는 말을 한다. 범려는 중국의 4대 미인이라 일컬어지는 서시(西施)와 함께 도망하여 호숫가에서 은둔하며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문종은 그 말을 듣지 않고, 훗날 구천에게 죽임을 당한다.
필요가 없어진다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아니 필요가 없어지기 이전에 다른 길을 미리 모색해야 한다. 범려의 지혜가 필요하다. 다만, 한국의 경제상황이 쉽지 않고, 많은 분야에서 산업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어서, 다른 길을 모색하기도 쉽지가 않다.
6) 오늘을 충실히, 행복하게 살자.
외국에서, 외국인 밑에서 일한다는 것은, 불안전성을 내포한다. 다이내믹한 인생에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여기에서 오래 남아 있을지, 조만간 떠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불확실한 내일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되, 오늘을 충실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오늘이 행복하지 않다면, 내일의 오늘도 행복하기 어렵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잊기 때문이다.
초기 상황에서 다소 부정적인 관점의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외국회사에서 일하는 것의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회사가 더 Global 하게 변하고, 나도 더 적응을 한다면,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점차 “내 회사”가 되어 갈 수도 있다. “빛을 바라보는 자에게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파이팅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