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대한 감사와 아쉬움과 제언들
브런치스토리팀에게.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파포입니다. 이 글은 브런치스토리팀에게 드리는 글 입니다만, 다른 작가/독자님들도 읽어주셔도 됩니다.
#1. 감사
우선 이 자리를 빌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실 브런치스토리팀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 주셔서, 손쉽게 저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여, 매거진 혹은 Book의 형태로 디자인되어 공유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는 “작가”라는 이름을 감히 붙일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많은 저의 생각들을 책으로 만들어 보고자 하는 꿈을 품게 될 뿐만 아니라,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글들을 책을 읽듯이 읽어주신 독자분들도 생겼고, 저의 글들에 공감해 주고, 댓글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마음속에는 작가에 대한 꿈을 품고 있으나, 현실로 옮기기 어려웠던 저를,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이나, 작가의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작가에 지원하여 선정되는 과정에서의 노력은 있었으나, 특별한 비용이나 투자 없이, 저는 브런치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저의 글들을 쓰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편리한 플랫폼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저와 같은 초보 작가부터 이미 유명하신 작가님들까지 저의 감사의 마음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아쉬움
다소 주관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이지만, 브런치스토리팀에서 읽어 주시고, 하나의 의견으로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아쉬운 마음을 적어 봅니다. 이미 많은 작가님들이 적은 부분과 유사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스토리팀 내부에서 이미 많은 고민과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에 대하여 찬성과 응원보다는 아쉬운 마음을 표현함에 대해 불편하시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하나, 금번 응원하기와 주간 연재 프로그램에 대하여, 저의 인상은 브런치가 디지털 플랫폼으로써 개방형 OTT(Over the top)로 나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주간 편성표를 내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의 아주 예전의 신문에서 확인하였던 TV프로그램 편성표와 브런치의 주간 응원하기 요일별 연재표는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예전 공영방송의 정규편성표는 방송사에서 선정된 프로그램들이 방영되는 구조였습니다. 다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현재는 다양한 채널들, 그리고 개인방송으로 넘어오며, 신문에서 위의 공영방송 정규편성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예전과 달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느슨해지고, 오픈된 방송채널들은 서로 경쟁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리고자 더욱 참신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더 많은 콘텐츠가 무한 경쟁하며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구독자(독자)들은 손쉽게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대비하여 브런치의 연재는 브런치스토리팀에서 선정한 요일별 작품들을 메인에 띄우는 구조로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입니다.
둘, 브런치스토리팀의 안내 공지에서 “브런치 작가에게 수익의 기회가 열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공지하였지만, 실제로는 브런치팀에서 선별한 브런치 작가에게만 수익의 기회가 열린다는 것은, 오히려 대다수의 브런치 작가들을 2류로 만들어 버리고 힘 빠지게 만들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많은 댓글들을 통해, 그리고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부작용과 우려들을 보고 계실 텐데요, 운영진들께서 고심하고 내린 결정이겠지만, 작가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진정으로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마음 편히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마음 편히 글을 읽을 수 있는 장场으로써 기능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수익을 바라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수익이 가능한 제도로 만들면서, 많은 작가님들을 오히려 배제하는 제도는 그 목적과 부작용을 냉정하게 다시 들여다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브런치팀이 크리에이터를 선정한다는 것은 대다수의 비크리에이터 작가들을 2급으로 만들어 버리고, 요일별로 선정된 크리에이터들만을 위한 브런치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선정된 작품들만 위주로 글을 읽는다고 하면,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만을 읽으면 그만이지요. 지금 브런치 작가들의 반응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이탈하고, 일부 브런치팀에서 선정된 크리에이터님들의 전용 놀이터가 된다면, 독자들도 떠날 것입니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이미 시도한 것이니 더 지켜보자.’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3. 제언
브런치스토리팀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무료로 브런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작가 겸 독자로서, 몇 가지 아이디어 차원의 제언사항을 남겨봅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신다면 참고하여 반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나, 무료경제는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은 프리미엄 서비스나, 광고 등을 통해 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브런치가 광고로 인한 상업화로 가는 길을 막고자 한다면, 차라리 프리미엄 서비스를 고민하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들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택하여 제공할 수 있게 하고, 이용 여부는 독자가 하도록 한다면요? 웹툰시장처럼 몇 개의 글은 공개형으로 하고, 추가적으로 프리미엄글을 구독료를 지불하고 이용한다거나…
둘, 현재 브런치의 가장 큰 문제는 작가들만의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글을 읽고 라이킷을 해주는 분들은 대부분 브런치 작가입니다. 구독자도 대부분 다른 브런치 작가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응원하기’를 한다면, 작가들 간에 서로 응원하는 추세로 밖에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익화를 고민한다면, 우선 작가들들과 독자들을 잇는 플랫폼이 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작가보다는 독자가 더 많은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야 수익화 방안이 의미가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들의 작품들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접근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필요합니다. 기존에 진행했던 출판프로젝트와 같은 행사가 정기적으로 지속되는 것도 좋고, 대형 서점 혹은 북카페와 연계하여 오프라인과 연결되는 시도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주 출판단지에 브런치를 통해 출간된 활자 책들을 전시/판매하고, 패드를 배치하여 브런치 글들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북카페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셋, 브런치만의 정체성을 찾아서 제대로 정체성을 포지셔닝을 해야 하겠습니다. 현재 브런치에서는 ‘작가’, ‘작품’으로 표현하며, 한 권의 Book을 발간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지만, 실제로 다루어지는 주제들은 보다 가볍게 개인 Blog에 쓰는 내용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가치 있는 작품’과 ‘Blog에 가볍게 쓴 글’을 단 칼에 잘라서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는 내용 상으로 블로그에 쓸만한 내용들을 읽는다면, 브런치보다는 다른 SNS를 찾을 것 같습니다. 다른 SNS와는 다른 차별화된 가치가 필요합니다. 중국의 즈후(知乎)라는 App는 한국의 네이버 지식인과 유사하지만, 전문가들이 글들을 남긴다는 측면에서 차별성을 가지고 높은 신뢰도를 가지며 독자들을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넷, 활자 책과는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강점들을 활용하며, 다양한 시도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시대이지만, 오히려 디지털 플랫폼에서 기존 활자 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독서문화를 만들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1) 사진뿐 아니라 짧은 영상과 글을 함께 mix 해서 남길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겠으며, 글에 어울리는 BGM을 작가가 설정하여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함께 듣게 한다거나, 짧은 에세이나, 시의 경우는 작가에 의한 낭독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2)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글로벌하게 제작되고 읽힐 수 있도록 언어선택 및 자동 번역기능을 제공하면 어떨까 합니다. 물론 AI를 통한 번역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독자들에 의한 번역 감수를 통해 교정까지 받을 수 있다면, 보다 글로벌하게 시장이 열릴 것 같습니다. (3) 독자들을 위해 읽고 싶은 주제를 더 쉽게 검색하여 볼 수 있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하겠습니다. 독자들의 독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읽고 싶은 분야에 대한 전문 글들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음악 App들이 Big data를 이용하여 주제별 선곡을 하여 주듯이, 독자들에게 맞춤형 작품을 제공하여 준다면 좋겠습니다.
현재 브런치는 작가들의 Needs(자신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에 좋은 플랫폼입니다. 다만, 볼 것과 읽을 것이 많은 시대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가지고 독자들의 Needs를 만족시켜 주는 플랫폼이라고 보기에 아직은 한계가 있습니다. 브런치스토리팀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많은 독자들과 연결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좋은 플랫폼을 제공해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응원하기’ 기능에 대해 개인적으로 실망하고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적었으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한국에 더 많은 우수한 작품들이 나오고, 문화적으로 보다 풍요로워 지기를 기대합니다.
브런치 작가 파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