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학교 vs. 한국학교 vs. 국제학교
또 한가지 고려한 사항은 이동가능성 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슈가 있다.
하나는 다른 학교로 이동하는 것 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 혹은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 이다. (이는 외국에서 일하며 지내는 사람에겐 숙명적으로 항상 지니고 있는 고민이다. 나는 언제까지 이 나라에서 살게될까 라는.)
먼저 다른 학교로의 이동. 만약 싱가포르 현지학교를 갔다가 그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국제학교 나 한국학교로 옮길 경우.
이 경우에는 국제학교/한국학교의 TO 말고는 큰 이슈가 없다. 즉, 가려는 학교에 자리가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간단한 면접을 보고, 쪽지 시험을 본다고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들었다. 오히려 문제는 지리적 근접성과 예산이지, 실제 옮기는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있다.
만약 국제학교 혹은 한국학교를 갔다가 싱가포르 학교로 옮기는 경우. 이 경우에는 편입시험을 보아야한다. AEIS (Admissions Exercise for International Students) 라고 하는 싱가포르 정부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봐서 통과해야 하는데, 그 수준은 대략 해당 학년 심화학습 수준이라고 들었다. 즉, 이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이 필요하고, 실제로 이 사교육은 싱가포르에서 꽤나 큰 시장이다. 시험은 9월 경에 시행되고, 일년에 한번 뿐이기 때문에 그 경쟁도 꽤나 치열하다고 들었다. (초2 기준, 수학은 25분간 객관식 29문항 / 40분간 주관식 17문항을 풀어야 한다고 한다.
그럼 나는 이런 경쟁을 거치게 하고 싶은가. 이 시험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응시가 가능하다. 즉, 만7세 부터 편입시험을 준비해야한다는 이야기... 경쟁에 되도록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인데, 편입시험 준비라니...
만약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한국의 교육과정을 동일하게 가르치고, 그 연령에 맞는 한국어 습득을 할 수 있는 한국학교가 가장 나을지도 모른다.
또다른 고려사항은, 어린 시절 외국에서 오래 지낸 친구들과의 대화였다.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로서, 어린 시절 이같은 생활을 해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두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난 XX나라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는데, 그 나라에 대해서 잘 몰라. 국제학교를 다녀서 그땐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는데,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 지역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는 것 같아. 겉으로는 알지만, 그 나라의 진짜 문화가 어떻고, 사람들 생활습관이 어떤지는 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지내봤어야 하는데, 국제학교 라는 울타리 속에서 지내서 그런 것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어."
"이제 직장 생활하면서 그 XX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랑도 만나서 일을 같이 하는데, 그들은 내가 그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면 무척 반가워해. 그리고선 그 곳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내가 지냈던 그 시기에 그 나라에서 있었던 일들, 그 시기의 대중문화, 시험 경쟁, 학교 생활 등등 디테일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하는데. 난 그런 부분을 잘 모르더라고. 좀 아쉬웠어. 좀 더 현지 문화에 많이 노출됐더라면 그들과 좀더 깊은 대화를 하고, 더 친밀도를 높일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친구들의 이야기는 사실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이 시기의 삶이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교육과 사상/생각의 관점에서만 생각해봤지, 문화적인 관점에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더라도), 학교를 다니는 시기에는 학교가 세상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친구도 거의 학교친구로 한정되고, 접하는 문화도 학교, 학교 친구, 학교 선생님, 학교 행사, 학교 근처 등에서 전해지는게 거의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난 아이에게 어떤 문화를 남겨주고 싶을까? 이곳의 문화? 혹은 좀더 자유롭고 국제적인 문화? 언젠가는 이 땅을 떠날 수도 있고, 그게 한국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나라가 될 수도 있다면, 이 곳에 지내는 동안 어떤 문화를 배우도록 하는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