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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Nov 20. 2022

싱가포르 초등학교 비교 (2) - '한국인' 정체성

현지학교 vs. 한국학교 vs. 국제학교

일단 비용 부분을 정리해둔 후 잠시 생각을 돌리기로 했다. 너무나 압도적은 숫자에서 잠시 벗어나보기로 했다. 그리고, 비용면에서는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났다. 


너.무.비.싸.

제.일.싼.옵.션.도.너.무.비.싸.


그러면 제일 싼 옵션을 골라야 하는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아이가 나에게, "아빠, 아빠는 나 왜 이 학교 보냈어?" 라고 물어볼 때, "응, 여기가 제일 싸서 보냈어." 라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다른 측면을 고려해보기로 했다.


먼저 가치관


난 현재 싱가포르에 살고 있고, 이 전에는 다른 대륙의 다른 나라들에서 살았다. 대학졸업 후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며, 성인이 되고나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외국에서 보냈고, 아마도 당분간은 쭉 그러할텐데... 그럼 이 아이는 자신을 누구 라고 인식할까. 한국인 이라는 인식은 갖게 될까.

(싱가포르 현지 초등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7시30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싱가포르 국가를 함께 부른다.)


가장 기본인 언어. 

이 아이는 한국어를 잘 할 수 있을까. 물론 지금은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니, 유창한 한국어를 하지만, 점점 학교생활 친구관계 등등으로 확장된다면 이 부분은 장담할 수 없다. 주변에 어린 시절 외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모국어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고, 그렇게 되긴 싫었다. 모미의 유치원 친구의 경우도, 남미계 가족이고, 집에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데, 애들이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로 부모가 아무리 스페인어를 써도 애들은 영어만 쓴다고 한다. 그리고 종종 못알아듣는다고 얘기하고. 이런 사례는 한국가족에서도 많이 봤다. 


그래서 서베이를 시작했다. 주변에 외국에서 아주 어릴때부터 쭉 지내온, 그러면서도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물어봤다.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 적어도 나와 대화를 나눈 이들은 모두 똑같이 얘기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한국어 안쓰면 혼났어..."


오케이. 집에 그런 규칙을 만들어야겠다. 모미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2024년부터 해봐야겠다. 집에서는 한국어만 쓰도록.


정체성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한국인" 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될까. TCK, Third Culture Kid, 제 3문화 아이 라는 개념이 있다. 타국 타문화 노출이 많이 되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이들. 그리고 내 아이들은 이 부류에 속하게 될 것이다. 그럼 그런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넌 한국인 이라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을까. 문화와 역사 등등. 모미와 와와는 지금도 싱가포르 국기를 흔들며 종종 싱가포르 국가를 부르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한국인 임을 인지시킬 수 있을까.


처음엔 엄청난 계획을 세웠다. 할 수 있는 깜냥도 없고, 시간도 없고, 성격도 없고, 결국 안하고 못할테지만, 그래도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어린시절 재밌게 읽었던 책 중에 [세계사편력] 이라는 책이 있다. 인도의 네루 전총리가 독립운동 도중 감옥살이를 하면서 어린딸 인디라간디 전총리에게 편지로 역사와 세계관 교육을 했던 글을 묶은 책이다. 그리고 나도 이런 글을 써서 내 아이를 가르쳐봐야지...라는 엄청난 꿈을 꾸었다. 역사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공부도 했고, 공부를 더 하면 되고, 그럼 내가 하면 되지- 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문학과, 종종 한국 역사기행도 가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란 헛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실상은 일하고 육아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능력 면에서도 내가 과연 그 방대한 양의 문화와 역사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잘 알려줄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생겼고, 실효성 면에서도 과연 내가 시간과 노력을 꾸준히 쏟아서 지치지 않고 그것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다들 똑같이 생각하고 결국엔 못해. 해야할게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하냐. 그렇기 때문에 다들 아웃소싱을 하는거지. "학교"라는 기관에. 한국학교가 그런 역할을 하는거잖아."


사실 이전에는 한국학교는 한국으로 곧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교육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유학을 간 이후 쭉 외국에서 지낸 친구의 이야기에 솔깃하며, 한국학교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한국학교는 대한민국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한국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학교이다. 물론 거기에 더해 약간의 싱가폴 커리큘럼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가령, 영어, 중국어, 수학 등. 따라서 학업량이 조금 많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고, 한국 친구들과 지내며,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거기에 더해 가격도 타 국제학교에 비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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