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어(bowerbird) 사랑

병뚜껑도 세레나데야

by 이봄


바우어라는 이름의 새가 있습니다. 사는 곳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에 걸쳐 십여 종이 산다고 합니다. 이 바우어라는 녀석은 아주 예쁘고 화려한 새라서 회자되는 새는 아닙니다. 어쩌면 오히려 초라하고 조그만 몸짓의 새라서 그렇게 주목받을 이유가 없는 녀석입니다.


바우어는 백인백색, 아니지요. 百鳥百色이다, 라고 해야 이야기가 되는 새입니다. 이름에서 유추되는 녀석의 행동이 어떠리라 정도는 짐작하리라 믿어요. 그렇습니다. 녀석들은 나뭇가지를 엮어 정자를 만드는 새입니다. 작게는 몇십 센티에서 일 미터가 넘는 크기의 정자를 만들고, 그 앞에 정원을 꾸며 암컷을 유혹하는 구애행위를 하는 것으로 이름값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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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새들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둥지짓기를 합니다. 하지만 같은 종의 새들은 다 같은 모양의 집을 짓지요. 예컨데 제비둥지는 경상도에 사는 녀석이나 경기도에 사는 녀석이나 같은 모양의 집을 짓죠. 다만, 집을 짓는 위치나 집의 견고함에 그 우열이 가려져 암컷의 선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할 따름이지요. 그런데 이 바우어 숫놈은 얘기가 좀 다릅니다. 정자의 모양새도 그렇고 정원을 장식하는 재료의 색상이나 재질이 수컷의 개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온통 검은색 천이나 나뭇잎 등을 모아놓고 블랙파워를 선보이는 새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녀석은 파란색 물건들로만 정원을 장식하기도 하지요. 파란색이라면 플라스틱이든 천이든 간에 모조리 물어다 정원을 장식합니다. 때로는 붉게 타오르는 태양의 정원을 만드는 빨강에 미친 녀석도 있고, 마치 체면술에라도 걸린 듯이 노랑에만 반응하는 숫놈도 있지요. 정자를 짓고 정원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꾸며 암컷을 유혹하는 독특함이 녀석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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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독특함에 이끌려 녀석을 선택하는 암놈이 날아들면 짝짓기를 하고 번식을 합니다. 뭐랄까요 참으로 특이하게 진화한 새가 분명합니다. 독특한 색감과 재질, 거기에다 이 새는 인공이든 자연이든 간에 독특하다고 생각되는 소리를 모사하는 것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기도 합니다. 오토바이 소리를 내기도 하고, 전동드릴 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 번 들은 그 소리가 암컷을 유혹할만 한 소리다 생각이 들면 영낙없이 그 소리를 흉내 내어 암컷을 유혹하지요. 시각과 청각을 다 동원해 암컷을 유혹하는 겁니다. 열정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열정파라 할 만 합니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일생을 가꾸고 유혹하며 살다 가는 거지요. 선택받기 위한 최선이 있을 뿐 자신의 개성을 버리는 따위의 변질은 있을 수 없다고도 합니다. 처절하리만큼의 개성으로 중무장을 하고서 암컷의 선택을 기다리지요. 어쩌면 단 한번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바우어 숫놈도 있을테지요. 각자의 느낌대로 정자를 짓고 정원을 꾸미는데 최선을 다했다 해도 그 꾸밈의 개성이 암컷을 자극할 그 무언가가 없다면 헛수고요, 헛 된 일이 되겠지요. 안 된 일이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암컷의 선택과 수컷의 노력이 항상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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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어 숫놈의 구애만이 그렇지는 않겠지요. 살아가는 우리 모양새도 바우어 숫놈의 정원 꾸미기가 아닐까 해요.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을 걷고, 친구를 만들고, 마침내 사랑을 찾는 구애도 하겠지요. 선택받지 못 하는 나라면 내 삶의 모양새가 문제겠지요. 어쩌겠어요. 그렇게 타고난 모양대로 살다가 가는 거죠. 그렇다고 자포자기 체념의 말은 아닙니다. 조그만 새 한 마리도 자신의 개성을 갈고 닦아 사랑을 구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라는 이름의 나야 말을 더해 뭣 하겠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이름으로 가사를 쓰고 목청을 돋워 노래합니다. 당신을 위한 사랑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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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나만의 색을 찾아 세상을 날아야 하겠지요. 날개죽지 뻐근하게 하늘을 날아 들을 지나고 산을 넘을 것입니다. 때로는 마파람에 휘청이기도 하겠고, 때로는 우박에라도 흠씬 두들겨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의 비행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계속 되었듯이 내일도 그렇겠지요. 평생을 두고 날아오를 이유의 끝에 그대가 있기에 그렇습니다.


오늘도 나는 질문 하나 던지며 날아오릅니다.


"무엇을 좋아하나요? 반짝이는 유리조각이 좋은가요? 아니면 노란 풍선조각이 좋은가요? 얘기를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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