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수 자화상

by 이봄



국보 240호...

인가 하는 조선을 대표하는 인물화 중 백미로 꼽히는 수작입니다. 극사실적 표현과 더불어 무지막지한 생략이 한 화면에 공존해 그 비대칭의 미학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 초상의 또다른 얘기는 극사실화란 명성을 가능케한 .....수염의 가닥가닥을 농담이나 굵기의 변화 없이 일정하게 그릴 수 있었던 붓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오늘에도 0.1mm의 펜을 만드는 기술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물론 특수한 분야의 특정인들이 사용하는 도구에서야 그보다도 더한 초정밀 도구들이 많기도 하겠지만 날짐승의 터럭으로 펜을 만들고, 들짐승의 터럭으로 붓을 만들던 시절엔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의 기술이었을 지도 모르지요.


그랬답니다. 짐승의 털을 묶어 만든 붓에 먹물을 찍어 수 십 센티미터를 굵기의 변화없이 한 획으로 긋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니거든요. 머리카락이나 수염은 시작부터 끝까지 변화없이 가늘게 긋는 그 굵기가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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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극세함을 표현 가능케한 들짐승이 누굴까요? 말도, 소도, 오소리도, 족제비도 아닌 서생원....쥐랍니다. 쥐의 수염을 모아 다듬고 묶어 붓을 만들어 그 수려하고 아름답고 기개 넘치는 초상을 그렸다 하더이다.


물론 말그대로 도구는 도구에 지나지 않지요. 도구를 떠나 작가의 예술혼이 문제겠지만 그것에 더해 예술혼을 능란하게 구현할 도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요. 쥐의 수염으로 윤두수 자신의 수염을 그렸다 생각해 보면 그림을 바라봄에 또 다른 재미가 있겠지요.


그래요, 오늘 쥐의 수염타령에 그림타령을 하는 건 별 이유가 없어요. 그저 흐리고 해가 뜨고 오락가락 거지같은 날씨가 꾹꾹 눌러 쓴 편지 한 장을 쓰고 싶고, 받고 싶단 생각에다가 편지를 쓰는 필기구에 대한 향수가 불러온 잡스러움 때문이지요.


아, 내게도 윤기 나는 쥐수염 붓 한자루 생긴다면 그립고 정겨운 사람을 그리고 싶습니다. 아닙니다. 그리운 사람도 좋고, 정겨운 사람도 물론 좋겠지요. 하지만 이왕지사 붓을 들었으메 심장 터지게 사랑하는 그를 그리고 싶습니다. 머리카락 하나 하나에 마음을 담아 투박하고 거칠어도 좋을 초상 하나쯤 그리고 싶습니다. 다만, 내게 그대가 없음이 다만 아쉽다 해야 할까요.

오늘, 방바닥을 뒹구는 머리카락도 별라보입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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