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어리거나 늙었거나 설레는 것

by 이봄


안절부절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엄마, 내일 비 와? 안 와?"

연신 묻고 또 묻던 아이는 선잠으로

날을 지새고

새벽 눈꼽도 떼지 못하고 쪼르르

마당으로 달려나가 하늘을 보았다.

"휴, 다행이다. 엄마! 하늘이 파래!"

아침부터 발을 굴러 담뿍 웃었다.


소풍.

걸판지게 놀다가 가는 봄날의 그것이었다, 고

시인은 인생을 이야기 했다.

어리거나 늙었거나

가슴 콩닥이는, 혹여라도 비 내리면 털썩

주저앉아 그렁그렁 눈물 쏟는 절망.

삶은 달걀 하나에 김밥 줄지어 잠든

나무도시락, 초록의 유리병에 찰랑이는

탄산음료, 어쩌면 음료라 하기엔 너무나도

신비롭던 지니의 요술램프였는지도 모를 무엇,

방바닥을 돌아치며 꿈속을 달음박치던

까까머리 소년의 고단한 잠마저 단숨에 쫓아내는

신드바드의 요괴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제는

대야에 따듯한 물을 받았다.

서울에도 두어 번, 산정호수의 산책길도 한 번,

일동이나 이동에도 몇 번을 다녀왔는지

꼬질꼬질 촌놈의 운동화를

모락모락 김 피어오르는 대야에 넣고서

가루비누 한 스푼을 휘휘 저어 풀고,

별 쓸 일도 없던 장갑도 덤으로 담그고서

조물조물 바지런을 떨었다.

그렇게 떼를 씻어내고서 세탁기에 넣어

탈탈탈 탈수를 시켜서는

따끈한 방바닥에 가지런히 누여놓고

어디로 갈까?

강릉이나 정동진은 너무 복잡하겠지.

하긴, 조금은 복닥거리는 것도 재미긴 한데...

마음은 천 리를 날아

"나 잡아 봐라~~~!"

닭살 듬뿍 돋는 백사장을 달리고 있었지.


그러다가 늦은 밤에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그냥 새벽이다.

끄지도 못한 텔레비전은 홀로 밤을 새우고서

쉰 목소리로 종알종알 수다를 떨고 있다.

기온은 어떻고 날씨는 저떻고...

그래, 그렇지.

마당으로 쪼르르 달려나가 하늘을 보았다.

별은 총총하고 새벽 남몰래 불어가는 바람도

그닥 사납지 않다.

"엄마, 엄마? 하늘이 파래!"

함박웃음 짓던 그날이 새벽 마당을 서성인다.

늙었거나 어리거나

설렘은 설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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