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는 꽃이 되었다
참 많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참 많은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형형색색의 꽃도 있었고, 묵직하게 한 획으로 되살아나는 묵죽도 하나쯤은 있었을지 모릅니다. 조그만 사기 종지에 먹물을 방울방울 떨구어 만들어낸 많은 말들과 몸짓들이
사뭇 시끄러운 날들이지요.
이름도 모를 산길을 내달리던
어느 놈의 터럭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붓 한자루에 눈물이 맺혔고, 사랑의 열병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웃음도 피었을 테지요.
바람은 시원하고 물은 분명 맑았을
심산유곡에서 자란 나무가 목숨을 다해
먹이 되었고, 그 숲에서 자유로왔을
어느 들짐승이 숨을 놓아 붓이 되었습니다.
녀석들을 숨을 빌어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때로는 아팠습니다. 때로는 행복했습니다.
내 이야기도 있었고, 주워들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바람도 불었습니다.
한여름의 후텁던 바람에 송글송글 땀방울 맺혔고, 때로는 까맣게 얼굴 그을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얘기들로 시간이 흐르고 계절도 바뀌었습니다.
이왕지사 지껄이고 그려낸 이야기라면
박장대소에 함박웃음까지는 아니어도
다만, 입가에 스치는 작은 미소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야기만 그러한 게 아니고 떠들던
나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요. 그렇습니다.
삶의 많은 날들이 눈물 뚝뚝 떨궈야 하는
아픔이 있을진데 어찌 기쁨만을 바랄까요.
다만, 슬픔은 옅어지고 망각되어 마침내 가슴에는 아련히 미소지을 행복이 각인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겠지요.
이미 갈무리 된 인생이 아니니 앞으로도
먹물을 많이 떨궈야 할테고, 그만큼 그려낼 이야기도 많겠지요. 색색의 꽃이 피고 가을의
낙엽으로 지기도 하겠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게 당연합니다.
세옹의 말馬입니다.
눈물바람 쏟다가도 호호깔깔 웃는 날도
분명 있을 겁니다.
아프고 쓰려도 아니면 기쁘고 행복해도
그저 나름의 이유로 짙은 향기
하나쯤은 깊게 스몄으면 좋겠습니다.
해서 쓰는 나나 읽어 줄 그 누구나 향기 좋은
차 한 잔 마시듯 향기로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솜씨가 좋아서, 자랑하고 싶어서는 아닙니다.
가끔 거울에 비춰지는 나를 보는 시간입니다.
만 날 천 날 들여다봐야 매일이
그럴 모습이지만 '나는 이렇게 생겼구나!'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요즘 대세로 치자면 '셀카'정도가
글을 쓰는 모습이 맞을 겁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 나를 돌아보는 반추의 시간,
어느 날에는 낯선 나와의 조우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그런 시간이 좋습니다. 오래도록 곁에 둘
삶의 동반자와도 같습니다.
도란도란 두런두런 수다로 행복한 시간,
누구나 이런 시간을 가져봄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