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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Feb 14. 2024

대체로 맑음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마주한 일기예보는 이랬다. 의정부 전 지역 대체로 맑음! 대체로 맑다는 건 무슨 말일까? 먹구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구름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 구름이 낄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햇살이 더 많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통은 대중을 상대해야만 하는 기관이나 기업은 대중의 선호에 맞춰 단어를 선택하고 표현법을 달리하게 마련이다. 오늘처럼 대체로 맑음이라던가 아니면 조금 흐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날씨라면 맑음과 흐림의 두 단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철저하게 대중의 기호에 맞추게 된다는 말이다. 어차피 비가 올 강수확률이 없으므로 무엇을 선택하든 문제 될 것은 없겠지만 대중은 흐림보다는 맑음을 선호한다. 부정적 어감보다는 긍정의 어감을 무의식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그렇다.

대체로 맑음이라....

커피 한 잔을 홀짝거리며 마시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취침등처럼 켜두었던 베란다의 불도 끄고 새벽어둠을 이불 삼아 누워 생각했다. 그럭저럭 지낼 만큼 맑음, 대충 흐림, 간간이 구름.... 생각하기 나름의 날씨라는 얘기다. 어디에 무게를 실어 생각하느냐에 따라 엿장수 내키는 대로 말 하나 붙들어다 붙여도 좋을 날씨!

무난하다는 말....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 얼마나 뒤척였는지  모른다. 끝끝내 다시 잠들지 못하고 새벽을 뒹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새벽은 얼마나 더디고 길었나 모른다. 무난한 하늘에 무난한 만큼 햇볕이 내린다는 오늘인데 나의 새벽은 잠들지 못해 길고 지루했다. 무난함과는 몇 걸음 떨어진 새벽이다. 무색무취, 어디에도 쏠리지 않는 무난함은 말만으로 무난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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