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라포드

그 너머로 너는 떠났다

by 이봄


파란 바다가 시작되는 곳

거기는 바다 여기는 뭍, 땅

시작과 끝 그 경계를 따라 선 하나 긋고

울퉁불퉁 사나운 돌덩이 떼로 앉아

두런두런 씨낟알 까먹는 곳


드나드는 배 서넛 꼬리를 잇고

나아가자니 시작이 되고

들자하니 끝이 되는 곳 너머로 너는 떠났다

보내자하니 내겐 끝 너는 시작이 되는

테트라포드 경계선엔 둘이 하나로 산다


낮엔 해 뜨고 밤엔 달 뜨는데

뭍으로 기어오르는 파도 오지 마라 오지 마라

막아서다가 문득 파도 걷어내어 가거라 가거라

등도 떠미는 양면의 괴리

웃다가 울다가 토라져 누운밤

방파제 긴 허리마다 바다가 부서졌다



테트라포드 그 너머로 떠나려 한다 하면

면도날처럼 예리하거나

호미처럼 뾰족하거나

톱날처럼 촘촘하거나

그래서 끝끝내

얽히고 설킨 것 싹둑 잘라내야만 하고

질기게 매달린 것들 뭉텅 뽑아내야만 하고

목책으로 지키고 선 것 툭툭 썰어내야만 하고


꼬리를 물고 파도로 밀려오는

날개짓으로 이어지는 바람은 또 어떻고

테트라포드 네 발마다 악착같이

달라붙는 것들 어쩌면 하나같이

짭쪼름 일란성 쌍둥이 되는지

차마 몰랐다 하면 간다 마라


나는 다만 바라만 보다가

그대 간다 하면 부디 평안하라 말 하고

너는 말 한 마디 남기지도 않았다

갇힌 바다 열어주던 방파제야

또 무슨 죄 있다 할까

테트라포드 성긴 네 발에 멍이 든다

파랗거나 하얗거나 혹은 짭쪼름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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