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되는데?

이고 지고 갈 것도 아닌데 참 그래

by 이봄


막상 하루를 사는 데 얼마나 들까?

생각해보면 필요한 것들 생각 외로 그다지 많지가 않아. 한국사람은 밥심이라니까 쌀이 조금 있어야겠고, 밥을 먹으려면 김치도 있어야겠지. 잠을 쫓으려면 커피도 있어야 하고, 벌거벗고 날뛰는 미친놈을 면하려면 옷도 서너 벌 준비를 해야 하고, 거기에 더해 스마트폰에다 티비, 녀석들 끊기지 않고 보고 통화하려면 통신비에 전기요금이 필요하고, 또 뭐가 있어야 될까?그래 담배를 끊지 못했으니 담배도 한 갑 있어야지. 비라도 내리거나 문득, 그리움 몰려들면 술도 한 잔 해야니까 술값도 몇 푼 있어야겠다. 가끔 도시로의 외출도 있고, 그럼 오고 가는 차비에다 머물러야 하는 약간의 여비도 필요하고.

뭐야? 점점 늘어나네.

이왕 늘어나는 거 영화도 한 편 봐야지. 영화는 그냥 보나? 콜라에다 팝콘도 필요하고, 만 날 방구석에만 쳐박혀 뒹굴거릴 게 아니라면 어쩌다 여행도 가야지. 에고, 이러면 안 되는데...


하루를 사는데 그다지 많은 것 필요하지 않다고, 돈으로 계산해도 대단한 금액이 필요다고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쓰다가 보니 영 아닌데. 욕심만 버리면 훌훌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우겨보려 했는데 뭔 놈의 필요한 게 이다지도 많지.

하기야 세상 공짜는 없으니 바람이 되려는 마음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음에 쌓아 둔 많은 것들 하나 둘 내려놓고 셋 넷 지우다보면 그럭저럭 자유로와진 나를 만날 수도 있겠다 싶어.

"돈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 먹겠지! 소고기 사 먹으면 뭐하겠노?"

어쩌구 저쩌구 하던 개그처럼 쇠고기 스테이크도 한 끼고, 라면에다 식은 밥 한 덩이 말아도 한 끼니다 생각하면 좀 더 홀가분한 하루가 될지도 몰라.

생각 하나만으로 삶의 모양새가 확연히 바뀌지야 않겠지. 최소한의 것으로 오늘을 산다고 해도 숨을 쉰다는 건 어럽고 힘들어. 쌓아 둔 금덩이 아비에게 물려받지 안았다면 누구나 아흔아홉 굽이 돌며 돌며 사는 거야. 그래서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라는 말이 생겼겠지. 아프지 않은 삶은 없고, 고단하지 않은 일상은 없어. 수억 명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지존의 자리여도 별반 다르지 않아. 어깨에 올려진 무게의 차이나 얹혀진 짐의 모양이 다를 뿐. 알아서 이고 지어야 할 문제겠지.


갈증으로 숨 넘어가는 사람에겐 나뭇잎하나 띄워 건내는 시원한 물 한 사발이 세상 최고의 가치이듯, 순간순간을 이겨내는 마음 한자락이 중요하다 싶어. 나뭇잎 띄운 그런 물이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더는 갈증으로 허덕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슬쩍 가슴에 담아. 다만, 우물가 아리따운 너 내게 이렇게 얘기하면 그만이야.

"후후 불어 마시어요. 물에 체하면 백 약이 무효하다 하더이다"

그러면 그만이야. 정말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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