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by 이봄

날씨는 계절의 이름에 개의치 않고

초여름 무더위 속으로 치닫고,

하늘은 제 낯빛이 원래 무채색이었음을

강변하려고 난리부르스를 춘다.

'어쩌다 어른'이란 티브이 프로그램의 탓일까?

어쩌다 마주하는 것들이 주인을 몰아냈다.

객은 주인이 되고 주인은 객으로 전락해서

쭈뼛쭈뼛 말이 아니다.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일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세먼지에 황사는 어쩌다 불어오는

서풍의 장난쯤으로 치부되었다지만

오늘은 그들이 하늘의 주인이 되었다.

어쩌다 마주하는 푸른 하늘을 보면서 나는 또

감동의 말들을 쏟아내는 아양을 떤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름다운 모습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느닷없이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도

주절주절 떠들게도 된다.

어쩌다가 뒤죽박죽 뒤섞인 것들 틈에서

내 생각인들 온전하랴.

동문서답이야 기본으로 깔고

두서없음은 애교 섞인 양념쯤 여기면 그만이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나 뭐라나?

너무 바빠 슬퍼할 겨를이 없음은

기뻐해야 하는 일인지 문득 궁금도 한데

붕붕 날갯짓에 바람이 이는 것을 보다

묻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튼실한 뒷다리 허벅지쯤에 노란 꽃가루

축구공처럼 끼워달고서 연신 날갯짓으로 바빴다.

파쇄석이 점령한 마당 한 구석에

노란 민들레 짝을 지어 피었다.

작은 꽃 마당이다.

소리도 없이 꽃대를 기어오르는 노린재와 붕붕 요란한 꿀벌의 비행은 사뭇 달랐지만

꽃향기에 이끌려 코를 벌름거리기는 매 한 가지였다.

꽃의 유혹은 강렬하고 단호했다.

"여기 꿀과 꽃가루를 준비했으니 어서 오너라!

시간은 한정되었고, 탐하는 이 천지사방에

널렸거늘 서두르지 않는 자 국물도 없을지니..."

오뉴월 된서리도 이만한 된서리도 없을

준엄함으로 사방을 호령했다 할까.

샤방샤방 어여쁜 꽃잎에 가리어진 꽃들의 이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가? 벌들은 바빴다.

작은 두 날개는 연신 바람으로 울었다.

붕붕 문풍지 울듯 날개가 울었으나

몸뚱이 끝 동그랗게 매달린 머리는 묵묵부답

입을 앙다물었다.

"바쁜 꿀벌은 울지 않아!"

무언으로 웅변하고, 가녀린 팔 쉴 새 없이

내저으며 운동장을 달리던 계집애는

"두고 보자, 나애리... 나쁜 계집애!"

울지 않는 한 마리 꿀벌이 되어 운동장을

뛰었는지도 모른다.

슬프면 슬퍼해야지. 짬을 내고 달라 빚을 내어서라도 슬퍼해야 마땅할 터인데

꿀벌도, 하니도 슬퍼하지 못했다.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나는 꼬마 자동차..."

이왕지사 꽃 마당을 찾을라 치면

꼬마 자동차 붕붕이었으면 좋았으리라.

'붕붕붕 꽃향기만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는

그래서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얼굴 가득 함박웃음 짓고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얘기하고는 했지.

"안녕? 얘들아 반가워. 난 꼬마 자동차 붕붕이야!"

가만히 그 목소리를, 그 웃음을 듣고 보노라면 얼마나 해맑고 행복해 보였는지 모른다.

꽃의 유혹에 빠져 꿀의 달콤함과 꽃의 향기로움을

탐하려 한다면 붕붕이처럼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바빠도 슬프면 슬퍼야지.

바빠 허둥대는 꿀벌 곁에서

박각시나방 한 마리 어느 틈엔가 날아와 꿀을

찾았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겅중겅중 뜀을

뛰듯 날았지만 붕붕 소리도 없다.

바쁘지 않아서 슬플 일도 없는지 날개는

바람으로 울지도, 문풍지로 떨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꽃과 꽃을 건너뛰었다.

여전히 꽃 마당 가득 붕붕 바람이 불었다.

노린재와 꿀벌과 박각시나방

그리고 하니와 붕붕이와 내가 그곳에서

꽃향기에 취해 꽃을 탐하는 시간에...



아사달의 담담淡談 2017 0502: 담담은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진흙 속에서도 향기로운 꽃 피워내는

연꽃처럼, 맑은 이야기 풀어내고 싶은 소망이기도 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