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하지 못하는 배라도 되려는지...
4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짧다 얘기할 수 없는 시간이다.
삶의 한 고비를 접어 새롭게 정착한 자리였다.
무한 희망을 꿈꾸며 터를 잡은 자리는 아니었어도
부유하지 않은 자리였으면 하는 일말의
희망을 꿈꿨다 얘기하면 맞을 터였다.
살아가는 날들의 부침에서야 까짓 한순간이
되겠지만 잠시의 부재가 주는 심란함 마저
모른 척하지는 못하겠다.
주말이면 훌쩍 떠난 길 더듬어 오면 그만이다
할 수도 있고, 사실이 그렇기도 하다.
말 그대로 잠시의 부재다.
먹고살아야 하는 삶의 진중함 앞에
괴나리봇짐을 싼다.
작업복 두어 벌과 갈아입을 옷도 그만큼,
양말이며 속옷이며 수건도 서넛
배낭에 챙겨 넣었다.
아침부터 빗자루를 들어 방을 쓸었다.
걸레를 빨아 바닥을 닦고 싱크대에 커피잔 둘, 젓가락 세 벌 그리고 작은 접시 셋...
닦고 헹궈 건조대에 세웠다.
사람이 살았었구나!, 하는 흔적을 지우듯
빨래도 개어서 서랍에 넣었다.
쓰레기통에 가득 찼던 쓰레기도 비워냈다.
지문 하나 증거물 둘, 남기지 말아야 하는
흔적들 쓸고 닦아 지워냈다.
서운한 마음과 심란한 마음이 떼로 끼어
남아서는 안된다 싶었을까?
지워 내고 닦아 내니 그나마 마음이 시원하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 가는 것은 아니어서
뱀의 허물로 벗어 놓은 옷가지며 흔적으로
남아도 좋을 터이지만,
굳은살로 남는 삶의 한 마디에 '끝'이란 방점
찍으며 한결로 삶의 마디 단단하게
여물기를 바랐다.
4년의 시간이 오롯이 고인 터를 잠시 접으며 드는
생각 하나에 바람을 보탠다면 부유하고 떠돌지 않는 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삶이라면
얼마나 애잖하고 서운할지....
기약이 있는 작별이라지만 그래도
배웅 없는 이별이 좀 그렇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영화에선가 나오는 대사 같은데 영화는 기억에 없다.
대문 밖까지 아니, 버스 정류장까지 깍지 끼고 나와
"잘 다녀와. 기다릴게...."
애틋한 시선 주고받으며 조건도 없이
나를 지지해 주는
그런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사달의 담담淡談 2017 0508: 담담은 일상의 이야기 입니다. 진흙 속에서도 향기로운 꽃 피워내는 연꽃처럼, 맑은 이야기 풀어내고 싶은 소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