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도 없이 고요 하게....
海東靑 보라매는 이슬비 보슬거리는 마당에서 예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고는 사방을 주시하고 있다. 눈치도 없어 까불거리는 산새 한마리 얼쩡이다가 뼈도 추리지 못하고 객사하기 딱 좋은 날이 오늘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비는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며 질긴 목숨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이어이어 내리시고, 미친 년놈 지랄으로 발광하던 바람은 사라져 고요하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만이 뎅그렁뎅그렁 풍경을 희롱하듯 뒤집어진 양은냄비 두드려 시끄럽다.
도로에 납작 달라붙은 자동차의 질주에는 빗물이 서 말, 우산으로 걷는 아낙의 발바닥엔 두 서너 됫박 빗물이 고였다. 평화로운 날과, 그만큼 가라앉아 맑고 청정한 고요, 마을은 씻기워져 정갈하고 향기롭다. 짝찾기에 열올리던 새들도 잠시 고요를 반기는가? 울음을 멈추었다.
지장수 맑게 고인 항아리처럼 적당한 풍만, 손바닥 가득 잡히는 여인네의 봉긋한 젖가슴, 기대어 듬직한 남정네의 너른 어깨, 손끝으로 전해지는 단단한 근육의 떨림. 더는 떠들 필요가 없는 묵언의 만족으로 오고, 이심전심 눈빛만으로도 충분한 바이블이다. 비는 오되 더 없이 고요한 오늘은.
올해도 분명 주절주절 가을 맺히겠다 싶은 머루덩굴 꽃송이가 비에 젖었다. 천식으로 고생하는 친구를 위해 한 말의 머루를 나누었는데 어찌 효과는 보았는지 궁금하다. 이것저것 궁금한 소식들이 雨後竹筍 앞뒤를 다투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