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릉 가르릉 오월이가 운다
같이 늙어 가는 아니, 오히려 한 발 앞 서 늙어가는 오월이를 찾았을 때 형수님이 얘기했다.
"며칠째 삼촌만 찾더니만 어디로 갔지? 매일 삼촌 집 앞에서 울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하더니만 어제 저녁에는 녀석을 볼 수가 없었다. 불러도 보았고, 찾아도 보았지만 녀석은 꼬리조차 찾을 수가 없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오는 나를 기다리다가 예의 그 앙증맞은 아양을 떤다.
"야옹야옹... 어디에 갔다가 이제야 왔니?"
묻는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인마, 엉아가 돈 벌러 어디 좀 다녀온다고 말했잖아. 넌 어디에 있다가 이제서야 코빼기를 보이는 거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을 비비고 엉덩이를 정강이에 들이민다. 가르릉 가르릉 소리를 내면서 부비는 몸짓이 애처로웠다. 기력이 쇠한 녀석의 아양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기운이 하나도 없다. 기운은커녕 털은 석 달 열흘쯤 감지도 않은 떡진 초췌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쇠락의 길을 걷는 마을을 들어섰을 때 드는 뒤 숭숭이 머릿속에 가득하듯, 오월이를 만난 내가 그랬다. 세월의 무게 앞에서 누가 감히 촐랑거려 부산을 떨까? 그냥저냥 마음이 허허롭다. 어쩐지 눈초리 끝 어디쯤엔가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고야 만다.
마냥 좋은 주인이 못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생 부침을 오롯하게 같이 겪은 오월이고 보면, 나름의 한심을 토로한다고 해서 딱히 뭐라 토를 달 수가 없는 나여서 더욱 그런 마음이 더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좋다고 비비고 아양을 떤다. 만져달라는 몸짓은 몸짓이 아니었다. 몸으로 이야기하는 절규였다. 우레 같은 소리로 쏟아지는 폭포의 절규가 거기에 졸고 있었다. 내게 말하는 말의 무거움은 이미 태산을 넘었음에도 녀석의 몸짓은 가벼움을 넘어 이별을 예감하기에 충분했다 할까. 부스스 까칠한 녀석의 몸뚱이를 보면서 나는 말을 잃었다. 말로는 설명하기 뭣한 감정이 뒤섞여 마음이 착잡하다.
이유도 없이 좋다, 고백하는 남녀의 사랑만이 어디 사랑일까? 아니지, 오히려 하냥 저냥 나만 기다리며 끊임없이 고백하는 녀석의 사랑이 오히려 천 배 만 배 더 애잖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닐까도 싶고 그렇다. 눈곱 가득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시선엔 미움도 원망도 하나 묻어 있지가 않아서 오히려 더 안쓰럽고 미안하다. 해 준 것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맺힌다. 말썽만 피운다고 타박만 하던 시간이 미안하다. 뭘 안다고 야단을 쳤는지? 두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집을 비워야만 하는데 그동안 숨을 거둘지도 모르겠다. 장수를 했으니 이제 그만 간다고 한들 무슨 아쉬움이 있으랴?, 위안을 삼는다지만 막상 기력이 쇠한 녀석을 보노라니 기분이 영 그렇다. 겨우 우는 울음은 엉엉 소리 높여 우는 울음보다도 더 가슴을 후벼 판다. 아, 이제는 정말 이별이 코 앞에 왔음이다. 보내야 하는데 나는 다시 길을 나서야만 한다.
두어 장의 사진을 남긴다. 손바닥 위에 얼굴을 올려놓고서 이내 잠이라도 자렸는지 두 눈을 감는다. 세상 편한 얼굴로 숨소리도 소곤소곤 이야기라도 하는 듯 쌔근거린다. 머리를 만져주고 배도 쓰다듬었다. 감긴 두 눈과 가르릉 거리는 소리가 마음을 쓰게 만든다. 어쩌니? 너도 가야 하는 거고 나도 이만 가야만 하는 시간을 코 앞에 두었구나. 너는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이고, 나야 보름이 되었든 한 달이 되었든 갔다가도 다시 돌아올 길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우울한지 모르겠다.
"오월아, 엉아가 다시 돌아오는 날까지 잠시라도 기다려다오. 그랬으면 해."
너의 고단함이 기다림을 주저하게 한다면야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만 너와의 인연이 이렇게 질기고도 길었으니, 이왕지사 보름이 되었든 아니면 한 달이 되었든 기다렸다가 다시 만나는 날에 하늘로 올라 별이 된다면 좋겠다. 그러면 너 하늘의 조각 별이라도 되는 날에 너의 길을 지켜주고 싶구나. 잘 가는지? 가는 길에 돌개바람이라도 부는지 지켜보며 너의 마지막을 보고도 싶구나. 아, 나의 작은 소망이 그렇다. 가야만 하는 시간이 머지않았다. 너나, 나나
아사달의 담담淡談 2017 0521: 담담은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진흙 속에서도 향기로운 꽃 피워내는 연꽃처럼, 맑은 이야기 풀어내고 싶은 소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