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리 꽃 피울 수 있을까?

꿈꾸는 배추 하나 창틀에 앉았다

by 이봄

노란 배추 한 통을 사다가 배춧국을 끓였을까? 먹다 남은 배추 여린 잎, 투명한 물잔에 넣고서 청정 평창의 맑은 물도 또르르 부었다. 투명한 컵과 맑은 물이 햇살을 오롯히 담는다. 노란 배춧잎이 봄날의 햇살처럼 빛났다. 불어오는 바람에 꽃향기 묻어나듯 어쩐지 배춧잎 풋풋함이 덩달아 향기롭다. 여린 것만이 만들어내는 냄새와 빛깔이 곱기만 하다 할까?

햇살은 맑고 바람은 시원한 날 창가에 앉은 꿈 하나 노랗듯 파랗게 꿈을 꾼다. 노란 속살이 햇살 한 줌에 초록의 꿈을 더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났을 때 노란 잎은 오간데 없고 여름으로 짙어지는 초록만 남았다. 끝끝내 놓지 못하는 삶의 희망이 거기에 있을지 모르겠다. 뿌리를 잘리고 겉잎은 무자비하게 벗겨졌다. 잘리고 벗겨진 배추 한 통, 트럭을 타고서 도심으로 달려와 마트의 신선 코너에 내동댕이 쳐졌을 때 이미 그의 삶은 끝이 난 거였다. 어느 여인네의 고운 손에 들려져 무엇이 되어 사라질까의 문제만이 남았다 해야할 일이었다.

덤으로 맞는 시간이 희망이 되었다 해야겠지. 햇살 비추는 창틀에 앉아 배추는 초록 이파리 키워가며 장다리 하나쯤 만들어낼 꿈을 꾸는지도 모른다. 장다리꽃 노랗게 피워내고서 바삐 시간을 쪼개어 쓰면, 어느 날 불쑥 알토란 같은 씨앗도 맺어 삶은 또 이어지고 이어지겠지? 하려는가도 모른다. 허무하지만 야무진 꿈 하나 창틀에 앉아 뿌리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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