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그대 생각만으로 그렇습니다
남자의 하루는 특별할 것 없어서 무료하기 짝이 없습니다. 때로는 아침이 채 밝기도 전에 부지런을 떨기도 하고, 때로는 정수리에 해 떠오를 때까지 빈둥거릴 때도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고, 물고기처럼 떼로 몰려다니다가 해 걸음에 퇴근을 해야만 하는 일은 없습니다. 백수의 하루입니다. 마냥 빈둥거릴 여유는 없으니 목구멍에 쳐진 거미줄을 걷어낼 노동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새벽 어스름을 뚫고 부지런을 떨어야 하고, 비었던 곳간에 쌀 섬이라도 들여놓으면 해가 똥구멍에 뜰 때까지 빈둥거리다 하루를 접고야 맙니다.
오가는 사람도 없어서 가끔은 입에서 군내가 날 지경입니다. 수다를 떨어야만 마음에 쌓인 찌꺼기들 몰아내는 사람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끔은 정말 가끔은 입이 아프도록 수다를 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합니다. 적막강산 깊은 골에 웅크리고 앉았으니 외로움은 남자의 절친이 되었습니다. 들어줄 귀가 있어야 떠들 입도 밥값을 하겠는데 귀도, 입도 밥값을 못한 지 오래입니다.
"하루가 금방입니다. 그대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렇습니다."
중얼중얼 떠들고 싶은 말을 적었습니다. 그대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맨 처음 떠오르는 사람이 그대였으면 좋겠습니다. 분주하게 오가던 사람들 자취를 감추고 골목은 이내 어둠에 잠기는 시간
"오늘은 뭐했어?"
밥상을 사이에 두고서 오늘은 뭘 했는지 물으면
"뭘 하긴? 어제나 오늘이나 다를 게 뭐람"
심드렁하게 대답을 합니다.
그런 대화면 충분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그리웠습니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어둠이 깃들듯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이면 그만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은 출렁이지 않는 호수입니다. 잔잔한 수면에 누워 마냥 까박이며 졸아도 좋은 작은 배 하나, 덩달아 남자도 졸다 잠이 들었습니다. 흔들리는 요람처럼 배는 적당한 간격으로 흔들리고, 남자는 어린아이처럼 쌔근쌔근 잠이 들었습니다. 뒤척이지 않아도 좋을 단잠입니다.
어쩌면 남자는 꿈속에서 중얼거릴지도 모릅니다.
"하루가 금방입니다. 그대 생각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