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떠돌지 않아도 좋은 포구 하나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라는 노랫말도 있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모두 시인이 되고, 노래 흥얼거리는 가수가 된다고 하더니만 남자는 때때로 볼펜을 들고 끄적였다. 생각은 천 리를 날고, 마음은 만산홍엽의 단풍으로 타오르는데 머릿속을 떠돌던 말들은 좀처럼 손아귀에 잡히지 않았다. 마음은 급하고 가슴은 설레는데 들뜬 마음을 온전히 종이에 적어내릴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화가 치밀고 토해내지 못한 말들은 얼굴로 몰려 후끈 달아올랐다. 머물지 못하고 떠도는 배는 천성이 그래서가 아니었다. 돛을 접고 닻을 내려 마침내 두 다리 길게 뻗어도 좋을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그였다. 어깨 무너지도록 등짐을 진 장돌뱅이는 저 좋아서 팔도를 넘나들까. 엉덩이 한 짝 붙일 구들장이 없는 장돌뱅이나, 풍랑을 거슬러 떠도는 어부나 깃들지 못해 부유하는 영혼이었다.
남자의 마음이 그랬다. 떠돌지 않아도 좋을 포구 하나 갖고 싶었다. 태풍이 불어도 그렇고 눈보라가 매서워도 그저 뜨끈한 아랫목에 배 깔고서 늘어지게 한 숨 자고 싶었다. 모든 정박하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들은 한결같이 뿌리내려 잠들 한 평의 뭍을 꿈 꿨다.
어쭙잖은 시를 끄적이면서 합장하는 마음으로 소원했다. 너 있기에 머물러 평온한 포구 하나 저 섬 어느 해안에서 기다려주었으면 했다. 간절함은 말이 되고 몸짓이 되어 백지 위를 달렸다. 남자가 함께 뜀뛰고 있었다.
너 있기에....
흔들리다 흔들리다 마침내 정박했다.
정박의 시간이 얼마나 되려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태풍이
바다가 사나워 무섭다거나 한다면
어떨는지 알지 못한다.
또 모르지
이 포구가 '너 좋으니 가지 마라'
괭이갈매기 도와 얘기한다면
또 모르지
더는 뱃고동 울지 않더라는
풍문도 돌고